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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조우석

by 푸휴푸퓨 201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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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를 보여주는 책과 인터뷰집을 좋아한다. 이 주제로 꽤 다양한 책이 있고 눈에 띄면 인터뷰이가 누구든 대부분 읽으려 한다. 서재에서의 인터뷰만큼 내가 누군가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이 없다. 서재는 내밀하면서도 공적일 수 있는 공간이다. 나만을 위한 책이 가득하지만 내가 즐기는 책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나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방법이 없으니까.

 

  서재에서 어떤 책을 읽는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면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직접 쓴 책이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듣는 일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특히 책은 내가 직접 겪을 수 없는 다양한 삶을 응축해서 눈 앞에 펼쳐주는 통로라 생각하는 나는 - 괜히 복잡한데 그냥 내가 못 본 다른 사람의 삶을 들춰 볼 수 있어 재밌는 거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나에게 삶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엿본 삶은 어떤 것인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무엇을 느꼈는지 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이상하게 서재에 관한 인터뷰 책은 남자들을 묶어 놓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의 서재는 왜 없을까? 서재를 꾸며놓는 것이 로망인 여성들이 별로 없는 것일까 아니면 많은데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것 뿐일까. 잠깐 궁금하지만 뭐, 일부러 깊게 들어가지는 않겠다. 언젠가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내 서재 인터뷰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해볼까. 하하하. 큰 꿈이야, 작은꿈이야. 책을 소유하는 것이 좀 덧없지 않은가 하는 요즈음 나의 마음은 잠시 제쳐놓고 기양 의미없는 꿈을 꿔본다. 책이 없는 서재! 이런거 어떨까!?!? 진정해야겠다.

 

  책 속에 소개가 되거나, 인용이 되거나, 아니면 등장인물이 언급을 하거나 어쨌거나 나는 내가 재밌게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책 들을 가지쳐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서재 인터뷰 책은 참 다 좋은데 가지쳐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다. 한 인터뷰이당 5권씩 추천하는데 무려 12명. 아니 60권을 다 읽을 순 없잖아(누군가는 음악을 추천하긴 했지만)! 또 서재라는 주제를 걸다보니 사람들이 좀 어려운 책들을 많이 추천한다. 기초 인문서적들이 중요한 건 나도 알긴 아는데, 알기만 알지 손이 잘 가지가 않더라고. 가벼운 것만 읽어대는 내가 통탄스러우면서도 쩝. 다 소화해 낼 자신이 없어 아직 책 목록을 메모하지 않았다. 이일을 어쩐다. 

 

  마음에 드는 인터뷰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뷰이도 있다. 하지만 누구는 좋고 누구는 별로라 속단하지 않겠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천은 거칠어서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데다 호불호도 분명하다. 분명한 것이 자랑이기까지 했는데, 대학교 1학년때 무심코 "걔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란 나의 말에 니가 호불호를 따지기에는 너의 스타일이 좋은지 나쁜지 제대로 판단도 못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정확히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좀 더 큰 시야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크게 보면, 넓은 마음으로 보면, 나와는 다르지만 그사람이 틀린건 아니니까 하는 시각으로 보면, 이라면서 많은 것들에 대한 판단을 몇 년 째 유보하고 있기는 한데, 점점 궁금해져온다. 과연 나는 살면서 이제 나는 다 성숙한 정신을 가지게 되었으니 나의 호불호를 결정해도 좋을 시기라 생각하는 때가 올까? 더 문제는 여기다 속단하지 않겠다고 썼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미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사나???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충만하다는 것이다. 마음 수양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오늘도 책 리뷰라 쓰고 내 잡담이라 읽는다. 왜 이 책 독후감을 쓰면서 내 호불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책 목록 메모를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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