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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서른 살의 집, 스프링 고양이 - 노석미

by 푸휴푸퓨 201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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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귀국하기 직전에는 가기만 하면 한글이 가득한 책을 읽고 또 읽으리라 각오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들어오니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구미에 맞는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가기가 귀찮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면의 이유는 한글을 많이 읽다가 영어를 다 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 한국에서 한국어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인데 유독 책을 읽으면 영어가 더 빨리 흐려질 기분이었다.

 

  한국에 들어오고 한 달, 영어 실력 감퇴와 독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잘 깨달았다. 제일 좋아하는 취미를 제쳐두자니 빈 시간을 영위하기도 힘들었다. 스멀스멀 책으로 손이 갈 수밖에.  2015년을 여는 대망의 책은 좋아하는 에세이, 노석미 작가의 '서른 살의 집'으로 골랐다. 독서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해가 되리란 생각에 올 해 독서 목표는 (고작) 50권으로 잡았는데 첫 책이다.

 

  부제가 '한 아티스트의 변두리 생활'이다. 나는 아주 어릴 적 부산에서의 2년을 제외하고는 평생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다 전주 여행을 다녀왔고, 북적거리는 서울을 벗어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볼 기회가 다가와 선뜻 영국의 작은 도시를 목적지로 정했지. 다양한 선택권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그때까지는 몰랐다. 아는 사람이 몇 없는 곳에서 혼자 산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인지도.

 

  노석미 작가는 사람이 적어 하루종일 사람을 몇 명 마주치지 못한다, 작은 동네라 서로의 소식을 소상히 꿰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지난 1년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런 곳에서도 살만 하겠다고 생각했을 테다. 지금은 글쎄, 작가에게는 -그놈의 결혼 이야기만 빼면!- 편안한 환경이겠고 새로 집을 짓고 산다는 이야기도 좋아 보였지만 나도 언젠가 가고 싶단 마음은 들지 않는다(정확하게 말하면 "감히" 들지 못한다). 벌이가 아주 넉넉지는 못한 예술가지만 꿋꿋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내가 선택하지 못할 삶의 모습이지만 멋진 건 멋진 거다.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치는 사람도 훌륭하지만 나는 조용히 삶을 꾸려나가는 이야기가 좋더라. 세상에는 특이한 사람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더 많고, 잔잔한 하루가 지나가는 인생이 훨씬 많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각각 다르게 살고 있잖아? 나는 그 개성에 전부 호기심이 간다. 한편으로는 이제 나도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서 더 좋은지도 몰라. 평범하면서도 대단한 삶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노석미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볼 참이다. 언젠가 이 분의 전시회에도 다녀올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책 한 권으로 신이 나는 날이야. 이게 바로 책 읽는 맛이지! 

 

  p.s 그나저나 돌아보니 마음산책에서 나온 책을 여럿 읽었다. 조한웅 작가의 책은 읽고 여기다 (신랄한....) 리뷰를 썼고 박상미 작가의 책도 읽었다.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선호하는 출판사는 '달'인데(루나파크에서 새 책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읽고 신나서 기다리고 있지!!) 이번 책을 읽고 보니 마음산책의 책을 그동안 꽤 읽었더라고. 이제 책을 고를 때마다 마음산책이 떠오르겠다.

 

 

 

 

  따로 쓰기보다는 뒤에 붙이는 게 낫다 싶어 여기에 쓴다. 가벼운 기분 전환이 필요해서 노석미 작가의 책을 빌렸다(믿으니까!). 역시나 그랬다. 고양이들은 사랑스러웠고 주인의 시선은 따뜻했다. 위안이 필요한 날에 사랑으로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툴툴거림을 읽자니 사뭇 고마웠다. 세상 많은 곳에는 아직 이렇게 고양이가 살고,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도 산다.

 

  츤데레라는 표현 대신 흥헤롱이라는 우리말을 쓰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든 나는 츤데레가 좋다. 고양이가 츤데레라서 좋다. 세상에 츤데레가 많으면 좋겠다. 츤데레는 마음이 더 따뜻할 것 같아. 츤데레의 사랑을 받고 싶다. 그러면 난 대놓고 사랑해 줘야지.

 

  그래서 나는 노석미 작가의 책을 대놓고 좋아하기로 했다. 신간 나왔던데 챙겨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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