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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차모니아의 번역가, 발터 뫼르스

by 푸휴푸퓨 201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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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에코와 소름마법사

엔젤과 크레테

 

 

 

  리뷰 카테고리를 다시 훑어보다가 깜짝 놀라서 갑자기 올리는 발터 뫼르스 후기다. 이 책들을 읽은 지 몇 달이 지났기에 세세한 내용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나를 가장 흥분시킨 올해의 작가를 꼽으라면 (노벨문학상 대신 ㅇㅇ문학상이라고 해야겠다ㅋㅋㅋㅋ 이응이응이라니 귀엽지 않냐던 어제 친구의 주정이 기억난다) 단연 발터 뫼르스이기에 넘어가면 큰일 난다. 차모니아라고! 차모니아! 힐더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사는 차모니아~.~!!

 

  지옥 불구덩이라 표현했던 반포도서관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새 자료룰 빌려 볼 수 있다는 유일한 좋은 점이 있었다(어제 학교 도서관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을 발견했다. 사람이 다 떠나는 그 도서관에는 도대체 누가 남아 있을까). 제목을 보고 꽂혀서 빌린 책 중 하나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였지. 책들의 도시라니! 오직 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지옥불을 견디며 일하고 있는데 그 책만 있는 도시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무심코 1권만 빌렸다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일주일을 동동거리고 기다린 기억이 선명하다. 2권 역시 너무 재미있었고.

 

  차모니아라는 가상의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을 적은지라 정말 이상하고 적응 안 되는 괴물이 많이 나온다. 으스스할 때도 있지만 주인공이 겪는 모험과 사람의 심리를 풀어놓은 유머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 미텐메츠의 어처구니없는 고집과 속좁음이라니! '아'였는지 뭐였는지 아무튼 말도 안 되는 글자 하나로 다 채워지는 두 쪽을 보고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책을 비난했다며 이제 이 책을 읽은 팬들이 너를 때리러 갈 거라며 킬킬 대지를 않나(나중에 진짜 보복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며 더 즐거워했지). 미텐메츠는 매력덩어리이다. 매력 덩어리야! 일러스트도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데 젊은 시절의 미텐메츠와 나이 든 미텐메츠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텐메츠 일대기도 좋고.

 

  사실 읽으면서 계속 좋지는 않았다. 겁이 많은 나는 조금만 기괴해도 어쩔 줄을 모르는데 에코와 소름마법사에서 소름마법사는 정말 책을 더 읽지도, 읽지 않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살찌면 죽이는 계약이라니 어떡하냐고!!! 즐기지 말란 말이야!!! 어느 책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갑옷 기계 만들어서 괴롭히는 상황도 끔찍해서 정말 돌아버릴 뻔했다. 엔젤과 크레테가 헤맬 때는 내가 헤매는 것도 아닌데 같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고. 후, 사무실에서 혼자 미친 듯이 인상 쓰고 오싹해하며 누가 부르면 깜짝 놀라가며 읽었다. 재밌기는 한데 죽겠어요 작가님ㅜ_ㅜ 결론적으로는 그나마 온순한 이야기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가장 재밌었던 책으로 남았다.

 

  작가는 차 모니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 미텐메츠의 책을 오직 번역해 주기만 할 뿐이라고 한다. 그가 옮긴 바에 의하면 미텐메츠의 책은 무궁무진하다고 하니 기쁜 일이다. 당시 일주일이 넘게 차 모니아에 미쳐있던 나는 작가가 무슨 학교를 세웠다며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뒀기에 진지하게 들어가 봤다. 근데 그냥 책 홍보 사이트더라고. 약간 실망했지만 거기 올려져 있던 화면보호기가 나의 차 모니아에 대한 열망을 조금 채워 주어서 냉큼 사무실 컴퓨터에 다운받았다. 그 괴기스러운 그림을 보고 날 가르치던 언니가 얼마나 깜짝 놀라던지... 아마 내 후임에게 걔는 이런 걸 좋아했다며 뒷담화를 했으리라 짐작한다(화면보호기 파일을 지우고 왔다면 좋겠지만 안 그랬던 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 언니, 사실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그러고도 애정이 샘솟아서 더 검색하니 독일에서는 이미 다음 책이 출간되었다는데 한국에서는 라이선스 문제도 있고 출간이 당장 되기는 않는다고. 진지하게 여름에 독일에서 구입할까 했지마는... 읽을 수 없는 책은 여행 중에는 벽돌과 마찬가지라 위안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사와봤자 내가 독일어를 할 것도 아니고ㅜ_ㅜ

 

  내가 읽은 책은 그래서 저 네 종류인데, '푸른곰 선장의 13과 1/2(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다)'과 '밤'은 아직 안 읽지만 갑자기 다시 열정이 타올라서 어디서든 구해 읽어야겠다. 푸른곰 선장 운운하는 책은 제목이 약간 아동용 같지만 독일인을 웃겼다는 카피가 아주 마음에 드니까~ 마침 시험도 끝났겠다, 다시 책 덕후 짓을 좀 해야겠다! 렛츠고! 한 작가에 미치기는 상당히 괜찮은 취미다. 사랑해요 뫼르스! 우윳빛깔 뫼르스!

 

추신: 쓰고 보니 ㅇㅇ문학상 후보에 로알드 달도 있다는 걸 깨달아서 갑자기 마음이 복잡하다. 역시 뭐든 한 가지만 고르라면 너무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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