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로나 이후 갑갑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어디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코로나가 오기 전 그래도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혼자 하는 여행을 참 좋아해요.
대학생 시절에는 유럽 여행을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돈을 모았죠. 부모님의 지원 덕에 미국 여행을 하기도 했어요. 서양은 꽤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어 취직 후에는 가까운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도 좋았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일본이 취향에 잘 맞았는데요. 몇 번 다녀오니 방사능이 무서워져서 2018년 이후로는 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해외여행에서 흥미가 사라지자 국내를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도까지는 혼자 갔는데, 어쩐지 다른 도시는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낯선 곳의 고독은 좋아하지만 익숙한 곳의 외로움은 서글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외로움에 머뭇대는 사이 코로나가 퍼졌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남자 친구와 소소한 국내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캠핑 장비를 빌려 캠핑장에서 불멍을 때려보고도 싶고, 높은 산을 함께 올라보고 싶기도 해요(남자 친구가 절 아주 천천히 기다려줘야 하겠지만..).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싶은데 이건 남자 친구가 아주 좋아하진 않더라고요. 시설이 엄청 좋은 풀빌라 펜션에 가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싶기도 하네요. 아, 이건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도 할 수 있으려나요?
엄청 낯선 곳보다 적당히 편안한 곳을 찾게 된 제가 신기할 때가 있어요. 이다혜 작가의 책에서 자신의 개성이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젊음의 특징이었다는 구절을 보고 박수를 쳤는데요. 게스트하우스의 선잠도 야간 기차도 다 때가 있는 거라고, 제 때는 이제 지나갔나 봅니다. 새롭게 다가온 평온의 때를 즐겨야겠어요. 코로나가 지나가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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