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남았다고 해서 일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저녁 먹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고 부모님과 수다떨고요. 이 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몇 가지 마무리를 해야겠지요. 우선 얼마 되지 않는 자산을 나눠야겠네요. 반은 부모님의 노후 자금으로, 반은 기부로 남기고 싶어요. 처음 취업하면서 소득 중 조금은 나누자고 결심했어요. 매년 기부 금액을 늘릴 줄 알았는데, 증액 버튼 누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마지막엔 통 크게 쏘고 갈 수 있겠네요.
할머니가 계신 곳에도 가고 싶어요. 오래 지난 후에 할머니가 되면 만나러 가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간다는 말을 전해야겠죠. 할머니가 거기 계시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쩐지 그래도 말을 걸고 싶어요. 햇빛쬐며 앉아있다 오면 좋겠어요.
남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물건도 정리해주고 싶어요. 제 짐을 치우느라 가족이 고생하는건 원하지 않거든요. 대신 소중한 것 딱 하나씩 나눠줄 거예요. 가끔 제가 보고싶을 때 쳐다봐 달라고요.
마지막으로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말을 전하고 싶어요. 부모님께는 먼저 가서 죄송하지만 덕분에 정말 잘 살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네요.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요. 언니에게는 평생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나 대신 두 배로 좋은 딸이 되어달라고 해야겠어요. 남자친구에게는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고, 더 사랑할 수 없을만큼 아주 많이 좋아했다고, 그래서 함께한 시간에 후회는 하나도 없다고 할 것 같아요. 조금만 슬퍼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도요.
마무리라고 생각해도 특별한 일은 떠오르지 않네요. 지금의 제가 잘 살고 있다는 의미일까 싶어요. 아쉬움이 남지 않게 매일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일단은 기부를 더 배포있게 하고 할머니를 찾아뵈러 가야겠어요.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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