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자친구와 반지를 맞췄다. 사귄지 3년 만이다. 반지를 끼고 나면 누가 묻기 전에 굳이 연인이 있음을 공표하는 사람이 된다. 공식적 의미를 담기에 머뭇거려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반지값은 역시나 예상보다 비쌌다. 안쪽의 홈을 메꿔야 끼기 편하대. 오래 끼고 싶어서 기꺼이 돈을 더 지불했다.
요 몇 달은 월급날마다 지출 때문에 고민을 했다. 저축을 줄일까. 이상은 높고 현실은 낮다. 원하는 만큼 자산이 빨리 늘어나면 좋겠는데 그럴 리 없다. 저축이네 뭐네 이리저리 돈이 나가고 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의 용돈에 늘 허덕인다. 턱끝까지 물이 찬 수영장에 빠진 느낌이 지겨워 돈을 좀 더 쓰자고 나름 마음먹었다. 그래서 돈을 더 썼더니만 월급이 모자라더라고. 비상금을 적금에 집어넣었다. 왼쪽에서 돈을 꺼내 오른쪽에 꽂아 넣었습니다. 부질없는 짓을 노트에 정리하고 나니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낭비한 돈은 없으니 역시나 저축을 줄여야 하나.
오랜 친구가 동생과 독립을 한다고 나섰다. 나만큼이나 독립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친구였다. 중기청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2억 이하의 투룸이 필요하댔다. 치안과 청결을 포기하지 않은 채 그 돈으로 적당한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응원해 주었다. 이 응원은 나를 향한 응원이기도 하기에.
좋아하는 유튜버가 독립 1년 차의 소회를 말했다. 혼자 살아보겠다고 나왔고, 1.5룸 정도의 집을 1억 8천에 구한 사람이었다. 나온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이유에 절절히 공감했다. 서른다섯이 되기 전에 독립을 하고 싶단 말이야. 독립할 때 살고 싶은 오피스텔 건물의 시세를 한참 둘러보았다. 돈이 많이 필요했다. 역시나 저축을 해야 하는데..
30대 인생은 진짜 내가 된 내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살 수 있을 것 같다. 5년 후에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함께 반지를 맞춘 너와 같은 집에 살고 있을까. 혼자 독립을 했을까.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나는 얼마나 더 자랐을까. 그때의 나는 내게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일단 오늘 저녁엔 언니와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30대엔 와인을 배워볼까나.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5.24. 이러면 안돼 (0) | 2021.05.24 |
---|---|
2021.5.21. 사는 게 별 게 없다 (0) | 2021.05.21 |
2021.4.26. 삶의 그 깊이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0) | 2021.04.26 |
2021.4.20. 권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0) | 2021.04.20 |
2021.4.17. 부족은 상대적이고 나는 절대적으로 나를 믿어야 한다 (0) | 2021.04.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