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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9시부터 업무 연락이 왔다. 땡 하길 기다렸을까? 평소보다 조금 늦은 50분쯤 사무실에 도착한 탓에 물만 겨우 떠온 상태였다.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야지, 하며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닥쳐온 연락에 느릿느릿 대답을 했다. 내가 봐도 어리벙벙하군. 말을 건 상대가 날 바보 같다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한 숨 겨우 돌리고 있는데 이번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났다. 오늘 온댔다가 오지 않겠다고 한 업체 담당자였다. 이 담당자는 똑 부러지는 태도로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확실하게 일하는 타입이라 내가 매우 좋아한다. 매년 8개월 정도 우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우리 사무실에 출근할때면 매일 민낯에 편한 차림이다가 금요일에만 완벽히 꾸미고 나온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곤 어찌나 놀랐는지. 금요일마다 본사 사무실을 들르나 했지만 굳이 알 필욘 없다. 오늘도 여지없이 커리어우먼같은 모습에 감탄을 했지만 내 말은 여전히 느릿느릿했다. 오늘따라 왜이렇게 바보 같지. 체크해야 할 것을 순서대로 말한 후 깔끔하게 떠나는 뒷모습에 입맛이 썼다. 나는 왜 이리 업무 발동이 걸리지 않는가.
똘망똘망하던 신입의 눈을 잃은 지 오래임은 알았지만 이젠 빠릿빠릿함 마저도 잃었나 싶었다. 회사에 온다고 갑자기 ON이 되지는 않는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멍하지는 않았는데. 오늘만 이런가 아니면 매일 이랬는데 몰랐나. 유야무야 되는대로 일하는 사람을 싫어했지만 오늘의 내가 그랬다. 혐오하는 모습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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