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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4.20. 권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푸휴푸퓨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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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만 있고 싶다. 아무 약속도 잡을 수 없다.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방을 청소하고, 평일에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잡다한 일을 처리한다. 다 쓴 디퓨저 병의 라벨을 떼어내는 일이나 눈에 거슬리던 옷장의 먼지를 닦는 일. 주말이라는 큰 마음의 안식처 덕에 마음 편한 평일을 보낸다. 작은 일을 위해 종종거리지 않는 그런 날들.

  하지만 쉬는 날이 이틀이면 곤란하다. 하루는 휴식이지만 이틀은 침잠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멈춰있는 기분이 든다. 날씨가 좋으면 더더욱. 지난 데이트는 준비했던 활동이 어그러져서 마치 그저 집에서 쉬는 것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하루는 원래대로 쉬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에서 머리라곤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 반복을 한 지 3주째다. 초등학생에게 맡겨도 별 문제가 없을 일이지만 양이 많아 다음 달까지는 꼼짝없이 지속해야 한다. 몸은 앉아있어도 정신은 냅다 누워 뒹굴거리는 며칠을 보내니 괴로우리만치 심심하다. 일상에 특별한 일이라곤 없다. 견디다 못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돈이라도 써보겠단 결심을 했건만 대체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려니 자존감이 내려간다. 내리막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빈둥대다니. 거울 속 내 모습이 점점 더 비대해 보인다. 한심하다. 큰일이지. 많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내게 큰 상관이 있다. 자기혐오를 하다 어제는 근 몇 년간 잊었던 지난 회사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이상한 사람이 너를 따라왔다고? 니 얼굴을 못 봐서 그런 거 아냐? 네가 착각한 거겠지. 아무렇지 않게 나를 할퀴고 비웃던 놈들의 얼굴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하찮고 못났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젠 나를 그렇게 방치하고 싶지 않다. 권태를 극복해야 한다.

  뭘 해야 인생이 흥미로워질까. 인문학 강의를 검색하고 글쓰기 강의도 찾아본다. 논어 강독 수업은 없나. 동양 철학을 배워볼까. 친한 회사 동기 두 명에게 권태를 고백하며 요즘 무엇을 하느냐 했더니 놀랍게도 둘 다 본인 또한 무료하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한 지 이틀째다. 결혼한 언니 두 명은 짠 듯이 결혼을 추천했다. 재미는 모르겠고 다이나믹은 보장한다나. 이렇게도 안 끌리는 영업 멘트는 뭐람. 정말이지 뭔가에 신이 나서 몰두하고 싶다. 새로운 일에 눈을 반짝이고 싶다. 열정이 바글바글 끓어 밤에도 잠을 설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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