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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4.26. 삶의 그 깊이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by 푸휴푸퓨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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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삶에 회의가 든다. 내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 이유없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이 질문이 나는 싫다. 아무리 고민해봐야 어차피 답이 없을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책이건 영상이건 이에 관한 그럴듯한 답을 찾으면 잘 기억해둔다. 질문이 돌아오면 모아두었던 답을 꺼내며 나를 달랜다. 최근 가장 마음에 든 답은 리처드 도킨슨의 '생존 기계'였다. 내 삶에 이유란 없다고. 차라리 좋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인 답도 나는 좋아한다. 나는 알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는 말. 내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으니 늘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예쁜 답. 사람은 왜 사는지 물은 어느 인터넷 글에 누군가 정성스레 달아 둔 댓글이었다.

  주말 아침, 아침 먹을 동행으로 무슨 영상을 볼까 하다 샤이니 키가 나온 나혼자산다를 틀었다. 샤이니의 최근 무대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왜 샤이니는 군필돌 답지 않게 여전히 소년같은가. 섬세한 키라면 집에서도 얼마나 부지런할까 기대했는데, 종현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제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게 필요 이상으로 슬프지 않다고. 이어 찾아본 샤이니의 최근 영상에서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종현과 그의 노래를 언급했다. 보기가 참 좋았다.


  종현의 목소리가 나오는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의 부고를 전해 들은 어느 낮, 나는 사무실에서 화를 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건 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말 안하는 막내였던 내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화를 냈던 순간이었다. 오보이길 바랐지만 전혀 아니었어서 나는 그의 장례가 진행되는 사진을 봐야만 했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 사람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다는 말이네. 기분이 이상했다.

 

 

  동방신기를 보러 갔다가 샤이니를 보고 충격을 받곤 이를 악물고 수능 공부를 했던 때도 있었다. '혜야'를 듣고 이름에 혜가 들어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하기도 했고, 솔로 앨범이 나오면 모든 수록곡을 찾아들으면서 앞으로 이 사람이 내는 노래는 평생 전부 찾아들으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고통스러웠던 신입 사원 시절 아무에게도 힘들다 말할 수 없던 내게 유일한 위로는 이하이의 '한숨'이었다. 종현이 만들었다고? 역시. 노래가 말하는대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기분이 좀 나아졌다.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쓴 사람이 어떻게 혼자 떠나버릴 수가 있나. 따뜻한 세계에서 살고 있어야지. 내가 위로받은 가사가 사실은 그 사람이 듣고 싶었던 가사라 생각하면 마음이 쥐어짜이는 기분이었다. 감히 이해할 수 없다 말해줘서 고마웠는데, 본인도 이해받지 못해 외롭단 말이었다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종현은 노래를 통해 내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가까이 가거나 친해질 순 없지만 그냥 세상에 존재해 주어서 고마운 사람이었다. 살면서 더 많은 종현의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테다. 그에게 그렇게나 위로를 받아놓고 그의 힘겨움에 나같은 조용한 청(聽)자는 위로가 되지 못하였다는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나의 영향은 종현을 향해 뻗어있지는 못했던 거지. 그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인다. 그건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일 뿐이다.

  샤이니가 문명특급 컴눈명에서 'view'로 컴백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봤다. 이것 참, 모른척 신곡인척 신나게 들어봐야지. 성숙하면서도 여전히 소년같은 샤이니가 오래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종현에게는 참 고마웠다고 말하면 어딘가에 전해질까. 부디 평안에 이르렀기를. 정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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