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거기에는 책들이 있었다. 여덟 개의 벽 앞에 책들로 꽉 찬 서가들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화석화된 책이나 상처 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제대로 된 도서실이었다. 그것도 내가 그 사이 익숙해진 거창한 도서실이 아니라, 기껏해야 몇백 권의 작품들만이 꽂혀 있는 작고 수수한 개인 도서실이었다. 실내 한가운데에는 가죽을 입힌 나무 등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작은 탁자 위에는 물이 가득 담긴 유리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컵과 말린 좀벌레들이 담긴 접시도 놓여 있었다. 물과 음식이라니! 나는 등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물 한 컵을 따라 단숨에 죽 들이켠 다음 좀벌레를 한 움큼 쥐어 목으로 넘겼다. 맛있었다. 심지어 소금 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씹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한 모금의 물과 훈제 곤충 한 움큼이 아무런 희망도 없던 좌초 상태를 기분 좋은 낙관주의로 변하게 하다니. 우리의 의식을 결정하는 것은 두뇌가 아니라 위(胃)인 것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728x90
반응형
'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어학연수를 가고 싶은가요? (0) | 2013.08.07 |
---|---|
OMG 대박포스팅이야! (2) | 2013.06.05 |
2달간의 휴학을 뒤돌아보며 - 중간 자기반성 (0) | 2013.04.23 |
내가 사랑하는 나의 방과 나와 내 방과 나의 소소한 것들. (0) | 2013.04.17 |
소속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나 (0) | 2013.0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