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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학연수를 가고 싶은가요?

by 푸휴푸퓨 201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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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다 폭넓은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어학연수를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언어보다는, 견문을 넓히는 것에 있다. 여행지에서 짧게 본 런던이라는 도시는 온갖 인종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하철에 탄 동양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가 없는 거의 유일한 도시였다. 다양한 가치관과 너와 나의 생각이 모두 존중되는 이 도시에서 나는 이제까지 내가 알던 규범과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융통성 없는 성격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내가 생각하는 옳은 것이 모두에게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것, 나와 다름을 포용할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는 내가 고등학생 때 보다는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또다시 나는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와 편견으로 사람들을 재단하였는지 깨달았다. 그 사고의 틀은 대부분 '한국'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고, 언제까지나 모든 곳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나는 그곳에서도 편견과 차별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꿈같은 세상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일 뿐 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내가 본 가장 자유로운 도시에서, 지금보다 더 큰 사고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 많은 것을 겪어보고 싶다.

 

2) 어학 실력을 높이고 싶다

  이 영어 실력을 높이고 싶다는 것은, 단순히 스펙을 위해 영어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다. 스펙을 쌓기 위한 점수? 솔직히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잘 할 자신 있다. 책상 앞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거라면 필요한 만큼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내심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위해 영어를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살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한국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어 좁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고, 그것을 위해 가장 먼저 내가 시작해야 하는 일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지역의 언어를 한 가지 더 배우고 싶지만! 그건 다르게 노력해 보아야 할 일이고 일단 지금은, 영어를 잘 하고 싶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벌써 영어 학원을 등록해 놓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영어학원 시험 인터뷰에서, 과거에 외국인의 얼굴만 보면 주눅이 들어 아는 영어도 말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든 더 잘 배워보려고 못하는 영어로 외국인 눈을 똑바로 맞추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였다. 똑같은 실력인데도 이번에는 꽤 유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물론 유창하지 않다). 지금 나는 너무 영어가 배우고 싶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뿜어져 나올 때, 하고싶은 일이 생겼을 때 최대한 한 번 열심히 해 보고 싶다.

 

3) 혼자 나를 책임지며 살아보고 싶다

  이번 여행은 친구와 하는 여행이었다. 언니와의 여행에서는 확실히 심적으로 언니에게 의지하는 것이 많았고, 그덕분에 편했지만 반면 언니 말고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았고, 보려고 작정한 것 이외의 주변 것들은 전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나를 책임지지 않으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하나하나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여행이 크게 변했기에 나를 다잡고 보다 좋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하였다. 속상할 때도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확실히 이번 여행은 지난번 여행에 비해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아직 더 많이 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다니기 위해 올라온 것도 아니고, 여행 말고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그래서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겁이 났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지난번 여행에서는 첫 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끝나갈 때 즈음이 되면 엄청나게 집에 가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보다 아직 더 많이 보고 싶고 더 많이 겪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내가 자립심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부모님 뒤에서, 엄마아빠가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무엇인가 하려다가도 엄마가 별로라고 하면 별로겠거니 하며 안하던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곧 대학도 졸업할 것인데 더이상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물론 이 말은 모든 조언을 다 듣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말씀드린 것 처럼, 마지막으로 대학원 첫 학기 등록금만 내 주신다면 그 다음부터는 용돈도, 등록금도 다 알아서 하겠다고 이미 결심하였다. 사실 적금 모은 것과 지금 추가로 있는 저금, 그리고 앞으로 할 저금등을 생각하면 첫 학기 등록금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건 나는 세상에 한 사람의 독립된 구성원으로 제대로 나서기 이전에, 혼자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사실 여건만 된다면 1년도 가고 싶다. 하지만 그건 졸업도 많이 늦어지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 그렇게 까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학연수 비용을 부모님께 부탁해서 솔직히 죄송한 마음이 정말 크다. 하지만 보내 주신다면 시간 낭비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려 한다. 정신적으로도 더 많이 성장해 올 것이고, 언어도 늘어서 돌아올 것이다. 게으르게 굴다가, 한국인 친구들과 놀러 다니다가 하는 이유로 엉망진창 시간을 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부디 이 마음을, 부모님께서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해서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려는 걸 알기에 반대하시는 그 마음도 감사하다. 하지만, 이 모든 나의 생각을 다 듣고 나시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시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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