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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10.20. 보고 느끼고 쓴다

by 푸휴푸퓨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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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징어게임을 봤다(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거나 잔인한 종류의 영상을 보지 못하는 내게 모든 장면이 편안하진 않았지만 눈을 가려가며 볼 수는 있었다. 어느 한 사람에게 완전히 공감한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사람을 관찰하게 됐고, 역시 인간은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 공감 대사는 "*발 기훈이 형!"

  세상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열광한다면 인간성을 말살하는 상황에 다들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는 이야기겠구나 싶어 괜히 슬펐다. 좀비물도 호러도 악마를 보았다 같은 무서운 영화도 전혀 못 보는 내게 오징어게임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정도 폭력은 유쾌하게 넘기는 게 힙한 건가. 본인은 꿈자리가 사나웠다 이거예요. 내가 물러 터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유행하는 드라마를 나도 봤다.

 

2.

  타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타다금지법으로 타다 운행이 중단된 시점부터 새 서비스(타다 라이트)가 다시 출시된 시점까지를 기록한 영화다. 스타트업은 구태의연한 나의 직장과는 달리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서 봤다. 예상은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타다의 긍정적인 면모만 보여줘서 어느 시점부터는 지루했다. 타다에서 티켓을 다 구매해서 내부적으로 뿌렸는지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이 커플석뿐이었다. 막상 가서 보니 나와 일행 빼고 채 열 명도 없었다.

  타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몇몇 친구가 타다를 이용하는 걸 봤다. 좀 비싸지만 좋다고 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어떤 친구가 뭐 그렇다고 타다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기사가 말을 걸지 않고 차가 크고, 쿠폰이 있으면 이용할만하다고 했다. 드라이버에 따라 케바케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타다 드라이버 단톡방에 여성 성추행 발언이 올라왔다는 보도에 실망도 했지만 타다가 금지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택시 아저씨의 훈계나 담배 냄새가 싫은 적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타다 라이트가 출시된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활발해지지 못한 부분도 수긍이 갔다. 일단 드라이버 관리가 쉽지 않아 보였다. 모집 자체가 잘 안되니 필터링하기는 더 어렵지 않을까. 검색해보니 요금도 여전히 비싸고. 차가 작아지면 짐 많은 이용자가 빠질 테고 드라이버의 태도가 변하면 택시 기사가 불편했던 여성들이 빠지겠지.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이제 그건 카카오도 마찬가지인 데다 접근성은 카카오가 더 좋다. 여러모로 타다에겐 큰 고비일 테다.

  타다 기사가 타고 내리는 걸 재촉하지 않아 좋았다는 육아 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언젠가 거동이 느려진 부모님을 모실 때 타다를 쓰면 좋겠는걸. 토스가 타다를 인수했다는데, 우리 부모님이 연로하실 때까지 타다가 잘 버티기를 바란다. 90분 간 타다 홍보영상을 보는 기분이긴 했지만 아주 의미 없지는 않았다. 세상의 불편함을 포착해 아무도 생각지 못한 시도를 하는 이는 멋지다. 토스와 타다의 공통점이다.

*토스도 올해 2월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불편함을 포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제도에 막히지만, 결국 전체 서비스에 균열을 내며 변화시킨다.

 

3.

  젊은 시절 인생의 중대사 중 가장 커다란 일은 역시 결혼일까. 나는 아직이지만 주변에서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왜 결혼으로 인생이 한 번 정리되는지 배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본인의 중대사를 처리하는 방법, 오래된 관습에 대한 사고방식까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싹 다 들춰내야만 한다.

  여러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멋지다 느끼고 누군가는 나와 다르다 느꼈다. 오늘은 문득 스몰웨딩을 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 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 굴지 말까 잠깐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무난하게 한다고 해봐야 결국 다른 이에게 이해받지 못할 구석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온전히 이해받을 길이 없다면, 내가 온전히 만족하는 길로 가야지.

  대학에 가고 직장을 다니며 고만고만한 동년배의 삶이 다양해진다는 생각을 10년간 해 왔다. 돌아보니 다들 비슷하면서도 저마다 다르게 살더라. 결혼은 커다란 갈림길이다. 나는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려나. 생각하며 살고 싶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4.

  분기에 한 번 시스템에 업무 성과를 쓴다. 늘 귀찮지만 그래도 쓰다 보면 무슨 일을 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어제도 지나간 3달 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나 생각했다. 아무 일도 없지는 않았어. 이렇게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 근속 30년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하기 싫은 그제는 창밖을 보니 하늘이 우중충했다. 이런 날씨에 안락한 사무실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의욕이 살아난 어제의 창밖은 푸른 하늘이 맑았다. 이런 풍경을 편히 볼 수 있는 사무실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모든 것이 천국 같진 않아도, 나는 지금 이 자리와 부서와 회사를 꽤나 좋아한다. 남이사 무어라 나를 평가하건 내 감정을 빼앗기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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