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 그 전에 사귄 친구들 중 휴학을 하지 않은 친구의 수는 다섯손가락보다도 적다. 휴학을 하지 않고 칼같이 졸업하는 것이야 말로 "왜 휴학 안하는데? 한 번 해도 좋은데 하고 졸업하지 왜?"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 판인데다, 칼졸업을 하면서 혼자만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 같다며 쓸쓸해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요즘은 휴학이 대세인 것 같다.
블로그의 방문자 수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어떤 키워드로 유입되었는지는 항상 관심이 간다(전공의 영향인가!). 초반에는 내 사랑 운동화가 1위를 차지했으나 요즈음의 대세는 워킹화이지 뉴발같은 모양의 신발이 아니어서 그 키워드의 순위는 점점 내려갔다. 하지만 부동의 1위가 계속 있으니 바로 간사하다! 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간사하다는 말을 검색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이 현상의 의미를 알아낼 수가 없다. 간사하다는 뜻을 모르겠다는 건지(그러기엔 별로 어려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간사한 사람들의 예를 찾아보고 싶은 건가? 아니면 모 아이돌이 간사하다를 습관적으로 쓰는걸까(막 생각난 것이지만 나름 그럴듯 한듯)? 아무튼 간사하다는 키워드는 오래도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이 바로 휴학 계획. '휴학계획+휴학 계획'이 된다면 1위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휴학과 관련해서 이리저리 말을 다르게 조합해서 찾아들어오기에 1위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휴학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휴학 기간을 보냈나 이리저리 살펴 보았으니 내 블로그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처음에 휴학 계획이라고 올려 놓은 것을 반 정도만 지키고 지금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 키워드는 정말이지 부담스럽다. 지키지 않은 계획을 보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내 휴학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먼저, 내가 어떻게 휴학 기간을 보냈는지부터 이야기하겠다.
나는 휴학 기간으로 1년을 잡았으나 현재 한 학기 휴학 후 복학하였다. 1년으로 잡은 것은 코스모스 졸업이 하기 싫었기 때문인데, 대학원에 들어가서 학기가 비뚤게 맞추어지는 것이 싫었기에 코스모스를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를 다닌 후에 다시 휴학을 한 번 할 생각이고. 여하튼 그런데 그 한 학기동안 무얼 하였느냐면, 아르바이트! 휴학을 하고 9월 정도에 유럽 여행을 한 달 정도 다녀오려 했는데, 친구와 함께 가게 되어서 그 시기를 7월로 앞당기게 되었다. 이 두 경험은 정말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먼저, 그렇게 많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학생 주제에 학교도 안다니니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마구 솟구쳐서 아르바이트를 주 7일로 잡아서 했다. 물론 아무 아르바이트나 한 것은 아니고, 내가 사기업에서 일하며 살 수 있을까를 알아보고 싶어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나 하고, 전공과 관련 없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어 도서관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였으며, 영원한 나의 친구 고소득을 위한 과외를 하였다. 사실 전공과 관련한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할 수 없을까 하여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도서관 업계의 사정은 항상 좋지 않고 또 인턴도 잘 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영 구할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시간이 보람차게 느껴지는 것은, 말로만 듣던 사기업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고, 공공도서관이 얼마나 열악한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돈도 잘 벌었지. 그리고 썩 넉넉한 돈을 모아서 7월에 유럽으로 떠났다.
유럽 여행은 두 번째로 떠나는 것이었다. 2년의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깨닫게 해 주는 여행이었고, 아직 한참 많이 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여행이었다. 집에서 막내 취급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혼자 세상에 나서려니 얼마나 어리광쟁이었는지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예전보다 혼자 세상에 부딪히는 것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다음 휴학 때 7개월 정도를 어학연수+여행으로 보내려 선택하게 되었다.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한 번 쯤은 나를 먼저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도 부모님이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싶어 부탁드리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힘이 없지만, 앞으로 정말 효도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아마 다음 휴학기간도 이번 상반기 휴학만큼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휴학 기간을 보낼 때 마음에 두고 있으면 좋을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하고 싶다.
이건 솔직히 나도 무어라 확답을 쓰기 어렵다.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만한 입장은 아니어서 좀 오글거리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고 있다. 그게 무엇이냐면 절대 내가 처음 왜 휴학을 하려 하였는지 그 목적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두 달 정도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세 달 째 부터는 무료함이 찾아온다. 시험도 없고 과제도 없이 마냥 같은 일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보면 이래서 직장인들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는구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어도 남들이 학교를 다닐 때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당히 생소하면서도 마음이 풀어지는 계기가 되기에(방학이 방학이 아니라 쭉 쉬는 것이 될 때의 기분은 정말 달랐다) 목적을 잊는 순간 그 사람은 그냥 한량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까지 기억하면 더 좋겠고, 내가 왜 이러고 있나에 대한 대답을 숨쉬듯 말할 수 있어야 보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 더, 휴학을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 다니면서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냥 시간표 정도였는데, 세파에 휘둘리다보면 정말 인생이 묘하다 싶게 내 생각과 다른 길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이 때에 너무 경직되어서 안돼!라며 단칼에 가능성을 잘라버리지 않기를 부탁하고 싶다. 생각하던 일이 아니어서 당황스럽지만 그 당황스러움만 잠깐 느끼고 나면 또 새롭고 흥미로운 길이 눈앞에 펼쳐지기에, 그것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 깨달은 것이 훨씬 많았기에 하는 말이다. 여러모로 휴학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법이므로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이 나에게 마치 회전초밥처럼 줄줄이 보여주는 초밥길(??ㅋㅋㅋㅋ)들을 이것저것 살펴보기를 바란다.
유입 키워드가 계획인 것을 보고서 그 단어를 쓰면 사람들이 이 글을 많이 볼 것 같다 일부러 나는 휴학 기간이라고 써 놓았다. 많이 보면 부끄럽고 계속 다시 읽으면서 이상한 것은 없나 살펴보고 혹시 누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따위의 생각을 자꾸 하게 되기에 얍삽하게 그렇게 한 것이다(나의 인간성...). 그렇다. 휴학에 대해 정리하고 나니 내 마음도 시원하다. 내가 이렇게 휴학을 보냈구나 싶기도 하고.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자신의 휴학을 더 알차게 꾸릴 수 있다면 좋겠다. 나도 누군가의 글을 보며 용기를 얻었기에.
추신> 이건 진짜 휴학 '기간'에 관한 이야기인데 빼먹었다. 나는 1학기만 두 번 휴학을 하게 생겼는데, 이게 수업을 수강하는 것에 있어 상당히 좋지 않다. 다들 그럴 것이라고 생각 되는데, 우리는 1학기에 열리는 수업은 계속 1학기에 열리는 식이라 2학기에 열리는 수업만을 들어야 해서 고민이 많다. 따라서 누군가 휴학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1학기와 2학기에 잘 분산시키기를 바란다. 시간표 짜느라 머리가 터지며 내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저주할 것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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