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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3.31. 뭐 했다고 우중충한 3월이 다 갔나요?

by 푸휴푸퓨 2022.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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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토요일 엄마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나도 화요일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주말부터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하는 엄마를 위해 많은 음식을 시도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은 재미있었지만 요리 그 자체는 끝도 없는 반복 노동이었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설거지는 밥솥 설거지). 때맞춰 삼시 세 끼를 차려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체감했다. 고작 사흘간 밥과 청소 정도를 담당했는데 입술에 수포가 생겼다. 빨래와 더불어 집안 대소사와 가족들 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면 24시간이 모자랄 듯하다. 그간 엄마에게 받아왔던 무료 노동에 찐한 감사함을 느꼈다.

  오래간만에 집 밖에 나갔더니 목련이 피어있었다. 어느새 봄이 오긴 왔구나. 바바리 코트를 언니에게 빼앗겨 2주간 겨울 코트로 버텨야 하는 내게 봄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꼬까옷 차려입은 신입생이 봄꽃 옆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다. 나는 대체 다음 주에 무얼 입어야 하나.

 

2.

  요즘 새로 공부하는 분야는 NFT. 직접 뛰어드는 건 아니고 유튜브와 책을 통해 무슨 이야기인지 전체적인 감을 잡는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느낀 결론은 '아는 사람은 돈 많이 버는 게 맞을듯 한데, 나 같은 사람은 비싸게 사서 호구 잡히기 딱 좋아 보인다'. 퍼블릭에게 바로 오픈한다 해도 수강신청도 잘 못했던 내가 민팅 광클에 성공할지 알 수 없는데 화이트리스트에 올라가서 싸게 살 수 있을 확률은 더더욱 낮다. 이런 분야의 아트워크를 좋아하는 긱(geek)이기까지 한 젊은이라면 충분히 뛰어들어서 열심히 이더리움 사고 NFT도 사면 좋을듯하긴 한데.. 나는 애초에 NFT 상품이 갖고 싶지도 않고 까딱하다 사기나 당하기 좋은 어중이떠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덕질하다 적성 찾는 사람처럼 NFT도 덕질하다 적성 찾는 방법이 제일 좋아 보였다. 어쨌거나, 잘 모르면 어떻게 해요? 하지 않아요!

  내가 나중에 또 보고 싶을까봐 정리해두자면 공부에 도움이 된 최종 액기스는 다음과 같다. 1) 소비자이자 학계 입장에서 설명한 성소라 교수님의 영상 2) 가상 세계가 너무나도 익숙한 NFT 개발자 입장에서 설명한 이두희 천재 해커의 영상 3) NFT를 넘어 더 큰 세계를 꿈꾸는 회사 샌드박스의 한장겸 이사. 각자의 입장에 맞는 설명과 뜨거움, 시각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한 홍기훈 교수의 'NFT 미래수업'을 읽었다. 이 정도면 개념 알기는 충분해!

 

3.

  마음이 흔들이는 상황이 일어난다. 이제 좀 안정인가 했더니 안주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 미래를 생각하다 와르르 무너지니 삶이 버겁다고 느껴졌다. 아는 고통이라 더 괴롭다. 나는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시간을 견디면 되나.

  그 와중에 과거에 내 의견을 쓴 글이 해당 주제를 검색하면 제법 앞쪽에 나오는 상황이 됐다.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잘 모르고 쓴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 개는 넘어갔는데 두 개가 달리니 견딜 수 없었다. 유튜버나 연예인, 작가는 대체 이런 피드백을 어떻게 견딜까? 나는 내가 심약자임을 인정하고 해당 주제에 대한 내 의견은 굳이 표현하지는 않기로 했다. 익명으로 달린 부정적인 -그러나 욕도 없으니 제법 예의 있는- 댓글 한두 개도 견딜 수 없는 나는 그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지나가는 내가 뭣하러 말을 얹으랴. 이 일이 아니어도 마음은 산란하기만 하다.

  어제는 퇴근길에 장을 봐서 집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부터 쉬지않고 요리를 했고, 그 와중에 미리 예약해뒀던 전화영어도 했다. 부모님이 다음날 드실 요리를 몇 개쯤 하고 100개나 되는 찹쌀떡을 소분하니 시간은 10시가 다 되었다. 상당히 피로해서 남자친구에게 나는 가정주부는 못하겠다는(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쩐지 날이 선 대화를 하게 되어 슬펐다. 피곤에 절어 잠이 들었는데 다리가 저려서 새벽에 자꾸 깼다. 몇 시간 서있는 것도 이렇게나 힘들구나. 이깟 일로 힘들어하는 내가 좀 우습기도 하지만 나를 한심하게 여기지는 말아야지. 아무도 나를 보듬어 주지 않는 날엔 나라도 나를 아껴줘야 한다. 코로나 확진자와 같은 집에 있어도 코로나에 옮지 않는 스스로에게 생각보다 강하다고 칭찬해주었다. 엄마의 기침이 빨리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

베이글에 '리코타치즈+대파+구운 샌드위치햄' 발라먹으면 짱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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