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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2.3.28. 코로나 시대의 음식 요정은 1인 기획자가 되고 싶다

by 푸휴푸퓨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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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집에도 코로나 환자가 생기는군. 가족 중 외출을 가장 적게 하는 엄마가 먼저 확진되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수요일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엄마는 매일 자가 키트를 했는데 토요일이 되어서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 사이에 매일 엄마와 접촉한 나머지 가족은 아무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다. 안방에 격리하고 끼니마다 밥을 넣어드리고 있다. 갑자기 요리 담당이 되어 머리를 굴려가며 여러 음식을 만든다. 요리는 재미있는데 설거지는 귀찮다.

  토요일에는 순두부찌개, 갈비찜, 버섯전을 했고 일요일에는 감태김밥, 콩나물국, 강된장&알배추 쌈을 했다. 냉장고에 재료가 없어 고군분투했는데 오늘 새벽 배송으로 재료를 조달받았다. 점심에는 두부면으로 된 라구 파스타와 샐러드를 곁들여 배급할 예정. 신난다.

 

2.

  그리하여 주말에는 스케줄과 데이트를 모두 취소하고 집에 틀어박혔다. 월요일인 오늘은 재택근무를 한다. 준비 없이 맞이한 상황이지만 크롬에 업무에 필요한 사이트가 다 저장되어 있어서 딱히 무리는 없다. 무리가 있다면 갈 길을 잃은 나 자신일까요.

  회사가 아닌 집 앞 컴퓨터에 앉아있으려니 난 누구 여긴 어디 싶은 마음이 든다. 어영부영한 마음으로 메신저에 접속했다. 책상 위 먼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말 나온 김에 지금 닦았다.) 이런 상황이 올 줄 모르고 금요일에 소설책을 몇 권 빌려왔는데 주말 시간을 보내는데 요긴했다. 월말에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이번주에 출근을 아예 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옆자리 선생님께 맡기기는 미안하니까.

 

3.

  지난 주부터 전화영어(랭디)를 시작했다. 자발적인 영어 공부라니, 15살의 내가 31살의 언니를 보면 참 지루하게 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친구야, 지금 나는 이게 재미있어서 해. 신기하지?

  랭디는 외국인 교수가 자료실을 방문했을 때 영어로 응대하는 내 수준이 부족하다 느껴 시작했다. 화상이 아닌 전화 방식에 예, 복습을 할 수 있고 글쓰기 첨삭도 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ㅇㅇ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란 질문을 들으면 장황하게 내 생각을 늘어놓는다. 선생님은 틀린 문법을 고치며 맞장구를 쳐주는데 필리핀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대체로 부럽다는 내용이다. 카페를 자주 가(필리핀은 커피랑 디저트가 엄청 비싸). 전공은 문헌정보학이야(필리핀은 경영이나 투어리즘 관련 전공뿐이야). 나는 잘난 척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영어 실력은 뉴캐슬에서 내가 느꼈던 한계점 그대로에 머물러 있다. 일주일 중 잠깐의 시간동안 영어를 떠든다고 언덕을 넘을 수 있을까. 오늘 내가 14번째 학생이라 조금 지친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한국어 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면 부업으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한국어 교원 과정을 수료만 하고 시험을 치지 않았던 게 안타깝다. 역시 인생은 과거의 점을 이어가니 선이 되는 것이라고, 대충 찍은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도 곧 과거가 될 것이니 우리 모두 잘 살아보세.

 

지난주 날씨를 추억하는 방구석 외톨이

 

4.

  TV는 거의 보지 않고 넷플릭스도 지겹다.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1인 기획자가 된 사람들의 삶을 자주 지켜본다. 프리랜서의 삶이 압도적으로 많다. 옷 만드는 사람, 문구 사장, 핸드폰 케이스 사장,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제작자... 주로 동년배 독신 여성의 삶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일상을 촘촘히 보내는 사람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센스있는 사람의 선택을 보는 일도 재미나지만 무엇보다 나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좋다. 이 사람은 이번 주도 이렇게 잘 살았구나. 나는 뭘 했지? 일상을 가다듬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기획자가 된 세상에서 나는 나만의 영향력을 어떻게 끼칠지 고민하게 된다. 책을 좋아한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긴 한데 북튜버가 되고 싶지는 않고.. 인스타그램 관련 강의를 들었지만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콘텐츠 소비자는 오늘도 상념만 늘어나지. 슛뚜의 새 영상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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