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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1500이라는 숫자

by 푸휴푸퓨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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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은 진심

 

  난생처음 수국을 선물 받았다.

  꽃집에 가면 늘 수국을 탐냈지만 선물로 한 종류만의 꽃을 고르기는 어려웠다. 나를 위해 꽃을 사는 건 익숙하지 않아 내내 바라만 보았다. 네가 건네준 꽃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수국에 대한 나의 갈망은 하나도 몰랐으면서. 네가 모르는 새 나의 마음을 채워버린 게 수국 하나 뿐은 아니었으니 그저 너는 너답게 행동했고 나는 나처럼 기뻐했다.

  꽃집에서 야물게 작은 물통을 매어주었다. 만개한 꽃이 하루 종일 화사해서 기분이 좋았다.

 


 

  어제는 너와의 1500일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할 줄 알았더라면 너를 처음 만나던 순간 더 긴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밤톨 같은 뒷머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쓰다듬기 좋다. 흰머리를 하나만 발견해도 화들짝 놀랐었는데. 이제는 하나쯤은 뽑아봐야 소용없다 느낄 만큼 곳곳에 흰 가닥이 보인다. 15000일이 지나면 백발이 성성한 모습일까.

  요즘은 데이트를 하면 너를 충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마음이 힘들면 가장 먼저 따뜻하고 말랑한 네가 고갈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부족해. 데이트를 더 자주 하고 싶다던 네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너의 일상도 자주 힘들었구나. 어제도 가만가만 너를 끌어안고 오랫동안 숨을 쉬었다. 너를 팔뚝만 하게 줄여 가방에 넣어와서 책상 위에 앉혀놓고 싶다. 마음에 갈증이 나면 말랑한 너를 만지작거리고 싶다. 귀엽겠지. 아직은 너를 줄이는 방법을 몰라 네가 선물해준 책상 위 작은 친구들을 자주 쳐다본다. 조금 위안이 된다.

  오래 함께해야지. 꼭 붙잡고 놓지 않겠다.

수줍은 표정은 이제 잘 안지어준다 (치킨 먹는 모습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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