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갖고 싶다. 꽃다발이 받고 싶다. 한여름에 오래도 못 가겠지만, 실용적인 쓸모도 없지만, 그냥 꽃을 보고 싶다. 보면서 기분이 좋고 싶다. 남자친구여. 내가 이렇게나 꽃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나?
안다. 생일과 기념일을 지나치면서도 꽃다발을 주지 않길래서 기어이 내 입으로 꽃다발이 받고 싶다고 굳이 말을 했다. 그런데도 주지 않는다. 어쩌면 모를지도 모른다. 급기야 내가 사서 준 적도 있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차라리 몰라서 못주는 편이 낫다. 모르는 걸로 해야겠다.
남자친구한테 원하는 게 많은 성격은 아니다. 내가 필요한 건 내가 사니 너는 구경만 하라는 쪽이다. 혼자 하는 쇼핑을 좋아해서 혼자 보고 혼자 산다. 이렇게 편한 여자친구인데 왜, 너는, 내가 유일하게 사달라는 꽃을 사주지 않는가?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오늘 한 번 더 대놓고 꽃을 사달라고 말해보았다. 이번에도 사주지 않으면 그냥 왕 커다란 꽃다발을 셀프로 살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사달라는 말은 안할거야. 너와 사귀고 만난 지 채 다섯 번이 되지 않았을 때, 네가 자꾸 약속 시간에 늦었더랬다. 화를 내기 싫으니 그 부분은 기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내게 너는 자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 그날 이후 나는 네게 원하는 건 몇 번이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꽃, 그까짓 거 별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아직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꽃다발 사줘라아으아!
'FEE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0이라는 숫자 (0) | 2022.06.20 |
---|---|
누워서 과자먹기 (0) | 2022.01.05 |
맥락없는 행운을 투척할 수 있다면 (0) | 2021.07.01 |
2020.12.12. - 13. 거대한 수성의 대사가 있는 곳 (0) | 2020.12.14 |
2019.12.29. 12월을 마무리하는 사랑스러운 데이트를 끝내고 (0) | 2019.12.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