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에 3일 연휴가 있다는 사실을 4월 말까지 모르고 있었다. 당장 다음 주를 생각하기도 버겁게 매일에 치여서, 연휴라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일상을 끌고 간다는 생각으로 지내야 편한데 일상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올해 들어 수동태가 된 기분이 자주 든다. 닥친 일을 쳐내기도 버거운 느낌.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연휴를 맞아 하루는 데이트를 하고 나머지는 누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납작하게 유튜브만 봤다. 대단한 영상을 보지도 않고 숏츠만 보았더니 나중에는 봤던 쇼츠가 자꾸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각을 멈춘 뒤 도파민만 생성시켰더니 기분이 울적했다. 시간이 아까운데 아무 일도 하고 싶지가 않아. 그래도 가끔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늘 상쾌하지만은 않음을 3n살의 나는 알고 있다.
36시간쯤 누워 있었더니 약간 힘이 났다. 이틀만에 조금이나마 충전되어 다행이란 느낌이었지만 완충된 것은 아니었다. 남은 물론 나도 다시 읽지 않으리라 믿고 배설용 일기를 써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머릿속을 헤집는 골치 아픈 문제들을 적었다. 효용감의 문제, 이체의 문제, 전해 듣는 이야기의 문제. 결론은 애써봐야 모두 무용하다로 모였다. 애쓰느라 힘은 들었는데 모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내가. 그럼 힘을 쓰지 말아야지.
오늘은 흐느적거리며 출근을 했다. 내가 나를 좋아할 때는 일상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생각이 들 때다. 일상에 끌려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끌고 갈 힘이 없다. 우연히 본 숏츠에서 어떤 아버지가 딸에게 ‘인생은 원래 대충 사는 거’라고 했다. 완벽한 통제 이런 말 대신 대충을 머리에 넣는다. 대충 버티면 살아지고, 그렇게 살다 보면 나름 잘 산 인생이 되려나. 애를 써보다가 소진되면 나만 손해요 일의 마무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그저 잘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요즘. 이렇게 또 닥친 블로그 업로드를 쳐낸다. 아무튼 오늘도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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