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간의 탐구 끝에 얻은 나의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운동이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몸의 고통을 느끼고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싹 씻고 상큼하게 침대에 누우면 세상만사 편안하다.
문제는 운동이 내 적성과는 정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년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간해서는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럼에도 내 기분이 가장 좋은 때가 운동 후라는 걸 알아버려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 한다.
나는 음식을 좋아한다. 맛있는 걸 먹으면 진심으로 행복하다. 주말에 무얼 먹을지 생각하며 한 주를 보낸다. 삶은 계란만 먹다 보면 어느 날 큰마음먹고 산 샌드위치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진다. 문제는 맛있는 음식만 계속 먹으면 맛에 무감해진다는 점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연달아 먹으면 동일한 수준의 행복을 얻을 수 없다. 행복하려면 반드시 고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맛없고 칼로리 낮은 것들을 먹거나, 혹은 굶거나.
20대에는 행복만 가득하게 살고 싶었다. 고통이 없는 미래를 꿈꿨다. 나만 고통스럽고 다른 사람들은 멋진 줄 알았다. 나도 멋져지기 위해 안달복달하며 뛰었다. 행복한 척할수록 공허했다.
30대에는 고통이 필수임을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의 고통이 있고 아무도 상대의 것을 해소해 줄 수 없음도 안다. 그럼에도 때때로 왜 인생에서 고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아하다. 대체 무슨 이치이길래 행복에는 고통이 짝꿍처럼 붙어있단 말인가.
지루함에 몸부림치다 삶=고통=노잼=계란이라는 괴상한 공식-삶은 고통이다. 사는 건 재미 없다. 삶은 계란이다. 삶은 계란을 먹는 건 고통이고 노잼이다.-을 완성시킬 만큼 삶에 대해 생각했다. 언제까지 고통인 건데.
40대에는 고통과 행복이 함께인 이유를 묻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30대인 나는 익숙해졌지만 40대인 나는 상상이 안 가는데. 그 언니는 지금의 나보다 좀 나으냔 말이야.
20대에는 내가 왜 사는지 거의 매일 궁금했다. 30대에는 그 질문을 자주 잊어버렸다. 둔해진 건지 현명해진 건지 모르겠다. 40대에는 아예 묻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이 편해질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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