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을 쌓아 올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면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어쨌거나 인간은 새로움을 갈망하고, 서울에서 대전은 지치지 않고 신선하기만 하기에 좋은 거리다. 대전하면 성심당이지. 동지들과 함께 빵 사냥을 다녀왔다.
미리 하루의 동선을 계획해 두었다. ‘대전역 - 김화칼국수 - 성심당 본점 - 장인더 - 바로그집 - 성심당 케이크부띠끄 - 성심당 문화원 - 대전역’. 돌아오는 기차는 상황에 맞춰 표를 예매하기로.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비 오기 직전이었던 날이라 하늘이 흐리고 예상보다는 바람이 불었다. 덥지 않은 날씨에 본점 앞에서 줄을 서려니 성심당을 배경으로 한 길거리 소동극에서 행인1을 맡은 사람 같은 기분이 됐다.
줄 서는 맛집보다는 옆집에 가기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성심당은 달랐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서 기분이 좋아서 그랬을까? 줄 서기 자체가 하나의 액티비티라고 생각하고 즐기니 재미있었다. 같이 빵 이야기를 하고, 시원한 바람에 잠깐 신나기도 하고, 쟁반을 들고 전투적으로 빵을 집고, 무겁기 짝이 없는 망고시루를 이고 지고 돌아다녔다. 성심당 대탐방 사이에 들른 약과 카페(장인더)는 널찍하고 시원하고 커피가 맛있어 원기 충전에 탁월했다. 지하상가를 가로질러 들른 떡볶이집(바로그집) 소스도 한 번쯤 먹을만한 데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하이앵글 사진도 찍었다.
요즘 너무 돈만 읊지 말고 일상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대전 여행이 딱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그깟 빵 무엇하러 줄까지 서며 사느냐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하루짜리 여행을 했다. 좋아!
*그래서 제 성심당 원픽은요? 잠봉뵈르! (다음엔 두 개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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