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 결혼 준비의 꽃(중 하나)인 가전 계약을 호로록 마쳤다. 애초에 LG를 사기로 마음먹었기에 베스트샵 하나와 백화점 하나만 가 볼 생각이었다. 먼저 베스트샵을 갔다. 온라인으로 검색해 본 뒤 구입하려는 6가지 제품 종류를 정하고, 꼭 신형을 살 필요가 없는 제품도 마음에 담아 두었는데..
혼수 준비로 유명한 지점이었지만 미리 상담 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굳이 상담을 하고 싶지 않아 보이는 직원과 매칭이 되었다(”저 지금 다른 일 하고 있는데요?!”라는 말이 플래그였음을..). 능숙한 직원의 유려한 설명을 듣는데 행사는 대체로 최신형만 해당되는 걸 알았다. 이런 상담을 처음 해보는 고객이 영 귀찮았을까. 옛날 제품을 문의하면 ‘굳이..?’라는 표정과 함께 가르치는 듯한 느낌의 답이 돌아왔다. 무조건 최신형을 선택해야만 할 것 같은 설명에 냉장고가 시커먼 게 싫어 노크온 기능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대망의 식기세척기에서, 그 직원은 고객의 90% 이상이 선택한다며 무려 72개월 구독을 권유했다. 구독이 말이 구독이지 할부 아닌가? 한 번에 내는 걸 좋아한다는 내 말에 직원은 내게 정말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는 식으로 반응했고, 대범하지 못한 나는 주눅이 들어 말문이 막혔다. 상담 끝에 그 직원은 ‘식세기 구독+9품목 구입’이 베스트 안이라며 내밀었다. 말은 못 하지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던 네가 자연스럽게 상담이 끝나게 유도해 주었다. 한 명이라도 강단이 있어서 다행이지.
기가 쭉 빨려 버거킹을 씹고 집에 돌아온 저녁,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금액이 얼마나 나오는지 미친듯이 검색했다. 이런 상담을 계속 받느니 차라리 온라인으로 사는 게 어떨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힘든 결혼 준비를 다 하는 거지? 그래도 백화점은 가보기로 했으니까 요즘 또 많이들 계약하는 듯한 더현대서울에 갔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예약을 꼼꼼히 하고, 밥을 많이 먹고 기운을 충전해서.
더현대서울의 담당 매니저는 젊은 여자분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명장이니 대명장이니 하는 타이틀이 없는 게 약간 마음에 걸렸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아주어서 정말 좋았다. 나는 드디어 에어컨이 라인 별로 무엇이 다른지를 꼼꼼히 들을 수 있었고, 냉장고가 하얬으면 좋겠다, 같은 값이면 인덕션도 하얗기를 바란다, 세탁기 자리의 단차가 깊어 워시타워 설치가 걱정된다고 털어놓을 수 있었다. 당연히, 원하는 6품목으로 만족스러운 가격에 계약을 했다.
결제가 끝나고 남자친구는 내가 친절한 태도에 끌려 이미 계약을 다 하겠다는 모습을 너무 보여주었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조건 비교보다는 가르치려는 사람과 친절한 사람의 태도를 비교해 계약자를 골랐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그래도 구독은 안돼!). 아무려나 온라인보다 저렴한 금액이었고, 만족스러운 가격에 만족스러운 품목으로 만족스러운 친절과 함께 계약하였음에 흐뭇하다. 다음주면 배송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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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매한 6품목: 냉장고, 워시타워, 식기세척기, 인덕션, 에어컨, 광파오븐 (백화점 포인트가 들어오면 빔과 청소기를 추가 구매할까 생각 중. 로봇청소기가 선물로 들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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