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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5.1.9. 짧은 회고와 올해의 다짐

by 푸휴푸퓨 2025.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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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의 첫째주가 지나가기 전에 부랴부랴 적어본다. 24년은 얼레벌레 훌쩍 지나갔다. 어째서 블로그를 다 놓쳐버렸나? 해이한 마음의 시작은 주 2회를 쓰자니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을 때였다. 마음이 떠나는데 마침 결혼을 하게 되어 시간도 없어졌지 뭐야? 회사 일도 바쁘고, 마음도 없고, 나도 예상치 못하게 연말 결산마저 모두 내다버릴 만큼 블로그를 황폐화시켰다.

 


 

  2024년은 개인적으로 결혼을 한 기념비적인 해였다. 결혼을 했어! 연초에 결혼 이야기를 시작하고, 집이 나왔고, 꿈꿨던 대로 결혼식 없는 결혼을 했다. 진짜로 결혼식을 안했다. 인생은 내 신념대로 살아가야지.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몇 년간 바랐던 일을 그대로 행해서 행복했다. 광화문에서의 식사로 모든 걸 허락해주신 양가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했고. 둘째라서 받는 특권이겠지!

  결혼식을 하지 않은 대신 내 로망대로 궁궐에서 한복 사진을 찍었다. 4시간을 예약했는데 2시간만 찍고 충분하다며 당일에 시간을 줄인 건 안 비밀. 내가 원하는 모양의 한복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빌리기 위해 인천까지 다녀왔다. 흔쾌히 촬영 시간을 줄여주신 작가님도, 꼼꼼히 소품을 챙겨 직접 서울까지 들고 와주신 한복집 사장님께도 몹시 감사했다. 웨딩은 고통일 줄만 알았는데 잔잔한 추억이 남았다.

 

 

  회사원으로서 2024년은 가구 사업을 마무리한 해였다. 과연 이 일이 끝나기나 할까 싶었는데 되기는 되더라. 일 잘하고 꼼꼼한(그리하여 때로 깐깐한) 팀장님의 보폭에 맞춰 보조라도 하기 위해서는 미친듯이 달리지 않으면 안됐다. 업체 차장님이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덕분에 보기만 해도 흐뭇한 가구들을 함께 남겼다. 근데 그러면 뭘 해. 가구 사업이 끝나는 순간 팀장님은 발령이 났다.

  전체 프로젝트는 아직 한참 남은 상황인지라 업무 의욕이 바닥을 쳤다(지금도 한창 지하로 뚫고 들어가고 있다). 억지로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 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한 나를 알고 있을 일이다. 내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이 시기를 떠올리기도 하겠다. 한 번쯤은 회사에서 열정을 바쳐 일해보고 싶기도 했다. 헛 일이 될 것이 뻔해도 내가 좋아 부랴부랴 출근했다. 그래, 되돌아 볼 수 있는 젊은 날의 나를 남겼으니 되었다고 해. 팀장님은 결혼식 축의금으로 무려 30만 원을 주셨다. 어떤 마음으로 주셨을지 생각하며 고마워했다(깐깐하게 말을 바꾸어도 세번쯤 고통을 삼킬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 올해의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회사는 요동치고 마음도 흩날리지만 집에서의 일상만은 따뜻하다. 네가 정말 남편이 됐구나. 너는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 너는 내가 싫어하는 집안일을 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칭찬한다. 투자는 마음껏 하라면서도 귀찮아하는 가계부는 성실하게 써준다. 비록 나를 인간 등긁개로 쓰지만 너는 다정하고 섬세한 T다. 내가 울적한 날이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달려오지만 서로 팩폭은 서슴없이 하고 또 상처받지 않는다. 너는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그런 사람이다.

  그런 너와 오래 잘 살고 싶다고, 또 행운이 찾아온다면 너를 닮은 아이를 낳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오염된 세상에서 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지 진지하게 묻던 내가 이제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지구에 너를 닮은 존재 하나를 더하는 건 꽤나 괜찮은 일일 테니까. 그걸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써도 아깝지 않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나의 지구를 기꺼이 다른 방향으로 돌려도 괜찮을 만큼 너는 내게 소중하다.

  올해는 내내 언제쯤 아기를 가지면 좋을지 고민할 것 같다. 몸무게를 좀 빼야 좋을텐데. 둘이 헬스를 끊겠다는 다짐은 한 달째 미뤄지고 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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