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가락이 왕소세지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손가락과 반지가 얼마나 편안히 공존하느냐를 두고 몸무게를 가늠하는데, 최근 몇 주는 아주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소세지같은 손가락을 보면서도 운동이 너어무나 가기 싫었던 월요일, 러닝머신으로 인터벌 달리기를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힘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즐거워하며 폼롤러까지 해가며 원기를 돋웠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뛰어보니 역시 그렇게 가뿐하지는 않더라고. 운동신께서 불쌍한 중생을 위해 하루의 구원을 주셨을까요? 어쨌거나 기분이 좋았던 그 순간을 유지하고 싶어 주 4를 열심히 채웠던 지난주였다. 한 주씩 힘겹게 엮다 보면 어쩌면 나쁘지 않은 1년이 될지도 모르지.
2. 전화 한 통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지난 목요일, 드디어 사택이 나왔다는 전화가 왔다. 뭐라고요?! 뭐라고요! 이러다가는 연말을 지나다 못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하여 조금 시무룩하기도 했는데), 인생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12일에 동호수 추첨을 한다.
부랴부랴 서로의 집에 인사갈 약속을 정했다. 선물을 사들고 갈까 하다 추석이 코앞이니 양가에 한우를 배송해 드리기로 했다. 떡을 살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갑자기 집집마다 고가의 떡을 다량으로 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더라고. 인사 당일에 빈 손으로 가기가 뭣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극한의 실용주의를 택했다(이런 우리의 성향을 익히 아시는 터라 다행이지). 명절이라 그런지 고기 배송이 하루만 왔다. 마침 언니네가 집을 방문했기에 다 같이 호로록 구워 먹었다.
창경궁 사진 촬영 일정을 일주일 당겼다. 양가 식사는 상견례와 결혼 식사를 합쳐 한 번만 하기로 했다. 마음에 둔 식당의 11월 예약이 10월 1일에 오픈이란다. 스케줄을 대충 가늠해본다. 아무리 늦어도 10월 초까지 집수리를 하겠지. 10월 중에 가전과 가구와 살림을 들이고, 혼자 먼저 들어가 살거나 남자친구와 함께 들어간다. 11월 중순 이후에 식사를 하고 12월에 여행을 간다. 사이사이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뽑기를 기다리며 사고 싶은 가전과 가구와 잡화의 목록을 작성한다. 얼마나 수리해야 하는 집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드는 비용의 총액이 크다. 현명하게 진행해 봐야지.
3. 여행지는 제 쪼대로 고르겠읍니다
고급 리조트에서 프라이빗 수영장을 즐기고, 수영장 옆에서 책을 읽고, 매일 스파를 받고, 맛있는 걸 먹는 게 내 신혼여행의 로망이었다. 제주도에서 그걸 실현시켜 볼까 했는데 동남아보다 몇 배는 비싸더라고. 로망을 말하고 다녔더니 회사 동기가 나트랑이 딱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 마음에 드는데.
신혼여행지로 나트랑만을 가겠다는 이야기에 듣는 사람마다 아깝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2주나 휴가를 낼 기회가 잘 없는 건 알지만..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사람도 있는 법 아니겠어요? 신혼여행지 답지는 않지만 둘의 취향에 딱 맞는 여행지는 일본인데, 나트랑과 엮으려니 영 동선이 비효율적이었다. 일본은 날 좋은 때에 가도 되는데 굳이 겨울에 갈 이유가 없긴 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져두고 있던 차.
언니가 작년에 여행을 다녀왔던 싱가폴이 괜찮았다고 추천해 주었다. 베트남과 그리 멀지도 않고 도시-휴양지로 묶어 다녀오기도 좋겠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반나절 정도면 볼 수 있는 규모라는 게 마음에 들어 당첨!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신혼여행지지만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내가 무엇을 골라도 다 좋다고 하는 남자친구에게 가방만 잘 끌고 따라오라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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