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간만에 블로그 글이 쓰고 싶지 않다. 어언 몇 달 만인지 모르겠네. 블로그 글만 쓰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투두리스트 작성도, 업무도 하기 싫었다. 아무 의욕도 없이 시작된 월요일이 화요일까지 이어진다.
왜 갑자기 의욕이 없는지 자문했다. 일단은 주말 내내 외출한 것이 문제다. 하루는 푹 쉬며 낮잠이나 자야 했는데, 욕심껏 이틀 모두 외출했더니 쉰 느낌이 나지 않는다. 당장은 괜찮게 느껴져도 미래를 위해 정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신체가 되었군요. 나무를 베어내는 시간 사이에 도끼를 가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우화를 이제야 이해한다.
더불어 나때문에 네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도 있다. 토요일에 네가 코를 훌쩍여서 조카를 보러 갈 일정을 미뤘다. 그러고도 안일하게 생각한 내 탓이지. 일요일에 이태원에 갔다. 무엇하러 너를 관심도 없는 앤티크 페스티벌로 이끌었나. 삼각지까지 걸었나. 용산까지 고집했나… 너는 오후 내내 끙끙거리며 잠을 잤고, 월요일 퇴근 후 본 얼굴은 거의 흙빛이었다. 꽉 막힌 코를 훌쩍이며 이틀 내리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자는 모습에 미안함이 뻐렁쳤다. 내가 말하는 일이면 여간해서는 따라주는 걸 알면서 무리하는지 살피지 않았다. 시무룩함을 넘어 매사 의욕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의욕 없음을 주제로 주절거리는 지경에서 블로그 글을 꾸역꾸역 쓴다. 아푸지 말라고!

2.
다꾸 유튜버(를 준비하는 자)의 길은 험난하다. 다른 채널을 보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연습도 한다. 부족한 물건이 자꾸 생기고, 스티커는 많을수록 좋을 성싶다. 덕분에 오만 잡동사니가 사고 싶다. 미니멀리즘의 정 반대로 질주하는 게 맞아요?
모양 가위를 사고 절단기를 샀다. 텐바이텐을 다 쓸어버릴까 싶다가도 일본에서 이것저것을 사리라 스스로를 다독인다. 마카세트나 다이컷, 스탬프 등등 사고 싶은 게 천지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아무래도 책상이다. 매번 식탁으로 나르기 힘들어! 책상이 필요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가구를 사는 일은 아무리 추진력을 얻은 시즌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내년 2월 생일 선물 후보로 올려보자고 나를 다독인다. 다만 사고 싶은 조명과 포토프린터도 있는데, 있는데…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하고 싶은 것들의 값이 너무 비싸다. 네 돈이 내 돈이건만(내 돈은 내 돈, 니 돈도 내 돈)!
손이 부각된다는 생각에 예쁜 손으로 관리해야겠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저만 그래요? 살림을 하다보니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를 상처가 자꾸 손에 남는다. 새하얀 손으로 가냘프게 붙여야 시크해 보일 텐데, 흉터 많은 퉁퉁이 소시지는 갖은 고민이 많다.
그래도 하고싶다는 건 정말 재밌어 보인다는 뜻이겠지. 오늘도 다꾸 연습을 해야겠다.
3.
드디어 웨딩사진 보정을 했다. 촬영 후 1년 안에 셀렉을 해야 했다. 이러다 정말 1년이 될까 봐 10개월 만에 연락을 드렸다. 보정에 두 달이 걸렸고, 결과물이 왔다. 예쁘다.
사진 속의 내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좋은 시절을 남길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다. 한 50년쯤 지난 후에 이 사진을 보면서 얘기하겠지. 이것 봐, 이렇게 행복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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