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회사에는 화단이 많다. 내가 조성하자고 주장한 조화 화단이다. 남이야 뭐라고 하건 내 맘에는 든다. 두 층에 걸쳐 여러 무더기를 만들었다. 구획도, 원하는 풀의 분위기도 다 내가 정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작은 조직이 즐거웠던 순간.
그 화단에 열심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귀찮아서 안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외면하자니 뒤통수가 간질거렸다. 삭막한 캠퍼스 안에 작정하고 장식해 줄 기관은 우리뿐이겠다는 생각이었다. 품질이 괜찮아 보이는 스토어에서 주문하니 금액이 금방 차올랐다. 아무리 괜찮은 가게였대도 이렇게 비싸다니, 인플레이션은 무시무시했다.
북극곰을 세우고 오너먼트를 주렁주렁 달 때까지는 상당히 흥겨웠다. 동료와 도넛을 이쪽에 걸까, 사탕을 저쪽에 걸까 논의했다. 이런 일을 하며 돈을 받다니 끝내준다며 웃었다. 이것저것 깔고 보니 조명이 많았으면 해서, 점심시간에 다이소에 가서 전구를 한 아름 사 왔다. 그것이 고통의 시작인 줄은 모르고.
트리모양의 나무가 아닌 가지가 쭉쭉 뻗은 나무에 전구를 감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다양한 자세로 버텨가며 와이어가 꼬이지 않게 신경 쓰는데, 이게 1분이면 되는 것도 아니고 대충 감으면 예쁘지도 않았다. 한 시간을 넘게 전구랑 씨름하니 발바닥이 비명을 질렀다. 근데 또 못나게 걸기는 싫고.
신이 났던 동료도 나도 점점 말수가 줄었다. 모든 전구를 감고 불을 켜니 마음에 들기는 들었다. 이 맛에 하기는 해. 아무래도 계속 사서를 해야겠다고, 이벤트 회사는 차리면 안되겠다고 서로 동의했다. 오며 가며 이용자가 많이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팍팍한 생활에 한 줄기 휴식이기를.



2. 알찜타령 (다음에는 아구찜을 시키기로 한 건에 대하여)
맨날 하는 늙은이 타령이지만 매번 노화를 느끼니 타령을 멈출 수 없다. 이번에 체감한 노화는 바로 입맛의 변화. 급식 시절 알탕을 제일 싫어했던 내가 내 돈 주고 비싸게 알곤이찜을 시켜 먹었다. 상당히 맛있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2018년 회사 워크샵때 게국지를 먹으러 가서 깨작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늙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는구만.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후 상당히 자주 지나다녔던 동태탕 집이 있었다. 늘 장년층 이상의 손님이 몇 테이블씩 있던 가게로, 바이럴을 돌릴 리가 없을 그런 곳이었다. 생긴 지 제법 된 것 같고, 젊은이는 없지만 어느 시간에 지나가든 손님이 있었다. 어른의 맛집이구나. 가격이 제법이어서 쉽사리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동태탕을 좋아하지도 않고.
왜 갑자기 알찜이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칼칼한 맛에 아삭한 콩나물을 씹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추측해 본다. 네가 좋아하지 않을 맛인데도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 우리 동네에는 맛집이라고 강하게 추정되는 식당이 있잖아. 그 집에 대한 견해만큼은 너도 같아서 버거킹 신메뉴를 먹고 싶다는 조건과 함께 주문을 진행시켰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론. 맛집은 맛집이다. 알과 곤이의 양이 소자인데도 매우 많아서 대식가인 우리가 남길 정도였고, 자작한 국물에 밥을 볶아먹으니 천국이 여기였다. 다만 너는 곤이보다는 아구가 더 취향에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쯤은 쉽게 맞출 수 있지! 우리도 그 가게 안에 들어앉을 아줌마/아저씨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장년이 되어간다. 세상에.

3. 어쩌다 보니
삿포로 여행기는 한 자도 쓰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됐다. 미안! (는 1일차까지 썼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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