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업무에 대하여
곧 동료 선생님 한 분이 퇴직을 하신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 여쭈니 목표는 딱 하나, 그저 늘어져 있으실 거란다. 좋은 계획이라고 다같이 웃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수술을 해야할 것이 발견됐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생님과 함께할 날이 갑자기 짧아졌다.
조직은 빈 자리를 채워줄 계획이 없어보였다. 다같이 사무분장 회의를 했다. 회의 전 어디까지 업무를 받을 지 비장하게 다짐한 바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하겠고, 이 이상을 준다면 주먹을 불끈 쥐고 못하겠다고 방어하리라. 누구보다 단단한 철벽을 칠 기세로 입장했는데 회의는 싱겁게 끝났다. 다른 선생님이 선선히 나머지 업무를 다 하시겠다고 했거든. 무슨 일이람.
새로 맡게 될 업무는 도서 구입이다. 도서관에 입사할 때부터, 사실은 입사하기 전부터도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사서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업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아닌가? 연령을 고려할 때 전임 선생님이 꼼꼼한 인수인계서를 써주시진 않을 것 같아서 무엇을 여쭤볼지 정리해 보았다. 새 업무를 받을 때면 늘 두려운 마음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어서 신기했다. 그간 쌓인 짬바로 업무 처리 과정이 한 번에 머릿속에 그려졌다. 시간이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더 오랜 시간을 보내면 또 무엇이 얼마나 눈에 들어올까 싶었다.
그리하여 곧 계약할 때가 다가온다. 또 멋진 한 해를 보내봐야지.
2.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승진이 어려운 내가 회사를 돈으로 바라보면 마음 상할 순간이 많기에 회사에서는 돈을 기대하지는 말자고 나를 설득했다. 투자에 열중하게 된 좋은 동력이 되기도 했고. 어쨌거나 연봉이 막 싫지는 않으니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갑자기 입금된 올 해의 성과급 금액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무슨 일이지? 작년에 두 번에 나눠준 성과급을 올해 한 번에 주어서 이렇게 되었나 뒤늦게 생각했지만 아무려나 예상보다 많은 건 많은 거였다. 뭐야,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잖아. 얼른 이체를 해두고 생각했다. 기분이 생각보다 많이 좋네.
아니라고 아니라고 나를 설득했는데 아닌게 아니었다. 맞았다 맞았어. 진짜 넘 좋네. 회사가 돈을 더 많이 주면 좋겠다.
3. 주말 나들이
좋은 올리브오일을 사고 싶다는 핑계를 들어 너와 강남 신세계에 갔다. 북적북적한 지하상가와 그 끝의 뉴코아아울렛도 기세좋게 가기로 했다. 사람 많은 고속터미널 지하 상가를 처음 가보는 너는 기가 쭉쭉 빨렸다. 어쨌거나 끝에서 끝까지 걷고, 옷 가게를 지나 소품 가게를 지나 꽃 가게도 지났다. 재미있는 아이쇼핑이었다.
투어 때 입으면 좋을 가디건을 사고 ‘다 씻었으니 이제 말린다’는 문구가 써 있는 고양이 맨투맨도 샀다. 뉴코아의 델리에서 저녁거리를 가득 사고 신세계식품관에서 오일도 샀다. 요즘 유행이라며 다락다락 소리가 나는 키보드 키링도 두 개 샀다. 집에 오는 길에 너에게 건담 피규어 가챠를 하나 사 주었는데, 놀랍게도 네가 1순위로 원하던 게 딱 나왔다. 나를 위해 딸기도 샀다.
별 일 없는 하루에 기분이 한껏 좋았다. 저녁을 먹고 함께 뒹굴며 예전 시즌 크라임씬을 보았다. 완벽한 주말이었다.

4. 요즘 재미있게 보는 사람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를 좋아한다. 돌아버린 언변을 지닌 나만의 대스타다. 박혜진 편집자도 좋아한다. 두 분이 나오는 기사를 반갑게 클릭했다가 유튜브를 위해 연기 학원까지 다녔다는 구절에 마음이 겸손해졌다. 어렸을 땐 타인의 성취가 부러웠는데, 이제는 자주 타인의 노력이 존경스럽다. 멋진 사람들 같으니라고.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394
해외문학팀 편집자가 연기학원 찾은 이유는? [사람IN]
서울 강남역 인근에 이른바 ‘이순재 연기학원(SG 연기 아카데미)’이 있다. 한때 매주 일요일, 박혜진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오른쪽·36)가 분당 집에서 이곳을 오갔다. ‘민음사TV’ 유튜브
www.sisain.co.kr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3.18. 날씨도 적당하고 기분도 적당한 3월 (1) | 2026.03.18 |
|---|---|
| 2026.3.4. 벅뚜벅뚜 살다보면 쌓이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0) | 2026.03.04 |
| 2026.2.25. 나를 기다려주기 (1) | 2026.02.25 |
| 2026.2.19. 연휴가 끝난 날의 기분이란 (0) | 2026.02.19 |
| 2026.2.11. 나를 봐! 뭐! (0) | 2026.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