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26.2.25. 나를 기다려주기

by 푸휴푸퓨 2026. 2. 25.
728x90
반응형

1. 실패를 복기하는 법

  박소령 작가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었다. 퍼블리 초창기였던 2016년부터 알고 있던 서비스를 시작한 사람이 바로 그 서비스를 마무리하며 쓴 실패담이라니, 너무 궁금했다. 폴인, 롱블랙 모두 퍼블리의 후발주자가 아닌가.
  실패는 보통 감추는 이야기다. 이렇게나 세세한 실패 회고록을 읽은 적이 있나 싶었다. 대단한 실패를 읽고 그 사람이 초라해 보였는가 하면 아니, 치열하게 부딪힌 게 너무나 멋졌다. 최선을 다해 실패하고(내 기준으로 보면 실패인지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반성했다. 실패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배웠다.
  그리하여 내 인생에 제일 큰 실패라 부름직한 회사에서의 일을 박소령 작가처럼 회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은 실패를 통과하는 중이라 복기를 하기는 어렵고요. 조금씩 정리하고 기록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책의 구성처럼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으로 나눠서, 다양한 방면으로 글을 완성할 수 있겠지.
 

85. 다른 하나는 영화 <컨택트>에서 비롯됨. 이 영화를 나는 이렇게 해석함. ‘어느 날 신이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일들에 대해 모두 알려주면서, 이 길을 선택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면? 나는 앞으로 다가올 모든 일을 다 알면서도 이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영화라고. 
86. 매년 창립기념일에도, 결단을 해야만 하는 고비의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질문했음. ‘만약 내가 2015년으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펼쳐진 모든 일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나는 창업을 했을 것인가?”

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44쪽

 
  만약 내가 2023년으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펼쳐진 모든 일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나는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인가?

 

2. 다시 책을 읽는다

  12월 중순부터 2월까지 책을 딱 한 권 읽었다. 읽은 책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신착도서가 들어왔길래 빌렸고, 짧길래 너무 독서를 하지 않은 죄책감으로 억지로 넘겼다. 나쁘지 않았으나 결말이 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 다섯 개는 아니었다. 그리고는 책을 읽고 싶지가 않아서 종이책도 전자책도 손대지 않았다. 더불어 블로그도 쓰기 싫어서 버둥거렸다. 특별히 일신 상의 일이 있지도 않은데, 왜 그래요?
  지난주부터 갑자기 책이 다시 읽고 싶기도 하고, 오래 기다렸던 박소령 작가의 책이 도착하기도 해서 후루룩 짭짭 독서를 시작했다. 한 권이 어렵지 두 권은 쉽거든요. 조성익 교수의 ‘건축가의 공간 일기’도 휘리릭 읽으며 누군가의 오랜 인사이트를 한두 시간 안에 빨아들일 수 있으니 책이란 얼마나 -읽을수록 날로 먹기가- 훌륭한 매체인가 생각하였다. 역시 책이 최고야.
  연간 구독을 한 뒤 책을 멀리하는 사이 함께 멀리하다가 2월부터 다시 불붙어 만족스럽게 읽고 있는 폴인에서 고전에 대한 책을 쓴 이다혜 작가의 인터뷰가 나왔다. 그리고 내 마음 같은 말을 읽었다.
 

Q. 번아웃도 롱런의 위기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그때는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번아웃이 왔을 때는, 사실 책이 안 읽혀요(웃음).

씨네21 이다혜 "26년차 직장인, 고전할 때마다 고전 찾았다" 中

 
  그렇구나. 나는 번아웃이 왔었나 봐. 별 일도 없는데 게으르다며 나를 타박할 게 아니라 어쩌다 번아웃이 왔는지 나를 한 번 친절하게 들여다봐주었다면 더 빨리 회복했을까 싶었다. 번아웃이 1월에 왔었고, 왜 지나갔는지 모르게 끝났다. 그래. 그렇게 강을 넘고 산을 건너 살면 되는 거지 뭐.
  고전은 지루하다며 읽지 않는 20대를 지나 어느 순간부터 소설을 읽어볼까 싶으면 고전을 둘러보게 된다. 가지로 뻗어나간 변형보다는 원형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역시 루팅의 끝은 순정이라고, 세대 갈등을 다룬 러시아 소설과 유희와 쾌락에 대한 프랑스 소설을 빌렸다. 흠, 다음엔 동양 고전도 읽어볼까.
 

3. Happy Birthday to myself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축하받아도 받지 못해도 별 감흥이 없지만, 번아웃이 지났단 걸 깨달았으니 나를 한 번 아껴주는 의미로 말해본다. 야, 생일 축하해. 잘하고 싶어 애쓰고 살고 있는 거 알아.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언젠가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조바심 내는 나를 지켜봐 주기로 한다. 나를 기다려주기. 느려도 꾸역꾸역 어딘가에 닿긴 하는 애라는 걸 나는 아니까.

변색렌즈를 샀다. 색안경을 끼고 출근하는 으른이 됐군.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