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빌려다 주신 책 덕분에 지금도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라 믿지만, 어느 순간부터 청소년 혹은 아동 문학에는 관심을 끊었다. 1316문고 시리즈를 중학교 때 까지도 열심히 읽었지만 고등학교에 가서는 어른을 위한 문학을 읽으며 '이제 나도 이 정도 수준은 되는 사람이지'하면서 혼자 으스대기도 하고 말이다. 그 이후로는 엄마가 청소년 문학을 빌려 오셔도 쳐다 보지 않다가(다행히 엄마는 본인이 읽으시려고 빌려오시는 거다) 대학에 온 뒤어느날 <완득이>라는 책을 읽었다. 왜 읽게 됐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난다.
청소년 문학이나 아동 문학이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다만 그냥 알아듣기 쉬운 편안한 말들이 많은 거구나. 그 내용은 그저 작가가 열과 성을 다해 쓴 한 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구나. 왜 엄마가 내가 보지 않음에도 열심히 청소년 책을 빌려다 읽으셨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김려령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그렇게 마음 먹고 따라 읽는 작가들이 한 둘이 아닌지라 항상 밀려있는 책이 있다. 이 책도 출간되는 걸 보고 제목은 적어놨지만 바로 읽지는 못했는데,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서 가벼운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지난주에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아마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엔 적격일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어 바로 읽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랬다.
'전파사'라는 가게를 자주 접한 세대는 아니지만 나는 철물점을 좋아한다. 철물점 주인 분들은 모르는게 없지(최근에 철물점에 다녀온 기억이 다분히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것을 뚝딱 고쳐주는 이미지의 전파사도 아마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짧은 내용이니 줄거리를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세상 사는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에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한 번씩 같이 보는 것도 정말 괜찮은 휴식인 것 같다.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정말 좋아한다. 최근에 신작을 발표하셨던데, 그건 또 언제 읽으려나. 이 책을 찾으러 간 서가에서 김려령 작가 책도 또 엄청 많다는 걸 알았다. 정말이지 책읽기는 끝이 없어!
p.s 이 책을 보는 큰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삽화다. 지승연 작가가 그렸다고 해서 검색해 봤는데 동명이인들 때문에 많이 나오는 게 없네.. 그림이 좋아서 책 날개의 삽화가 소개를 읽다가 낭시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부분을 읽고 기분이 좋았다.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중 한 개가 건축을 공부하시는 분이 여러가지 글을 써 올리는 그런 블로그인데 그 분이 공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낭시라서 말이다. 나에게 낭시란 예술적 감각이 꽉 차 있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그런 이미지다. 왠지 이 블로거와 지승연 작가는 시간은 달라도 같은 공간에서 예술, 그림과 건축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그림 하나. 찢어서 벽에 붙여놓고 싶을 정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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