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어보려는 습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책 추천글을 보면 어느 정도 '이건 내가 좋아하겠다' 싶은 책을 구별하는 눈도 이제 많이 갖추었다고 생각하는데, 책 읽는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추천 글을 읽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만 메모해 두곤 한다. 그리고 (사진과 실물이 왠지 느낌이 영 다른 책을 빼고는-그게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개 나의 선택은 옳다. 그럴 때에는 뿌듯해 하면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고, 다른 책 또한 마음에 들면 앞으로 정기적으로 찾아봐야 할 작가의 목록에 올려두곤 한다.
고솜이 작가의 책도 어느 추천 글을 읽다가 무심코 발견했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를 추천한 글이었는데, 잔잔한 마음의 안식이 필요했던 나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며 그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의 장점은, 해당 작가의 다른 책이 바로 옆에 꽂혀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같이 빌린 책이 '비굴해도 괜찮'였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늘려가는 것이다.
소설 두 권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말도 안되게 희망찬 내용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길은 있는거고 우울할 필요는 없다는 기분을 들게 해 주었으니까. 특히 주인공 캐릭터만 마음에 든다거나 주인공의 멘토가 되는 캐릭터만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닌 전반적으로 나오는 캐릭터 전부가 하나하나 정이 간다는 점에서 계속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 글을 쓴 작가는 그런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글만 겉멋이 들어서 썼다는 느낌이 아니라 왠지 정말 마음에 와 닿아서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소설 속 상황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힘들었던 시절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을 통해 극복한 것은 아닐까.
그 다음에 읽은 책이 '올드미스 자유열전'이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고, 에세이가 그렇든 좀 더 작가의 직접적인 성격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솔직히 완벽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는데, 작가의 주장 몇몇이 마음에 와닿지 않거나 너무 고압적, 아니면 뭔가 거만한 어조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임경선 작가가 생각났는데,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지금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조언에 의해 마음이 시원해 지는 것이 아니라 껄그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이 딱 이 책과 비슷했다. 둘 다 '오호호호 나는 소녀소녀한, 혹은 남자들이 좋아할만 한 글래머 여성'이 절대 아니라고 외치며 자유로운 여성상을 부르짖지만, 그 주장에는 왠지 모순이 있다. 일견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남녀 평등을 외치다가도 남자가 가사 노동을 하고 여자가 회사를 다니는 것은 남자가 자신의 적성을 찾은 것이 아니라 집에 있던 무쓸모한 존재인 남자가 자신이 무용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기 위해 시작된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나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나는 머리가 좀 비었어, 그냥 근데 그게 뭐? 여자는 예쁘면 되지!'라고 외치는 사람 보다 '나는 깨어있는 여성이야.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겉모습에 치중하고 남자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이여, 깨어나라!'라고 외치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 사람들은 '너의 주장이 좀... 그렇다?'라고 말했을 때 더 안들리는 법이니까. '너도 아직 뭘 모르는구나'라는 답을 듣기가 십상인 것을...
이 책이 올드미스 자유열전이라, 그런 류의 이야기에 치중하느라 더 그런 것인지 한 번 다른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앞의 두 소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에 에세이 한 권이 좀 덜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바로 잊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다. 다른 책을 읽고 내가 '그래, 이 작가가 무조건 이런 이야기 일변도의 주장만을 펼치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책 한 권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하며 고솜이 작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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