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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도쿄의 북카페 - 현광사 MOOK 편저

by 푸휴푸퓨 2016.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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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다시는 그곳에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 모든 곳을 다 돌아봐야지. 그러면서 언니와 이를 악물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던 모든 장소를 다 들렀다. 그래서 지금 기억나는 건? 수많은 유적과 박물관이 아니라 그런 곳들을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된 기분, 같이 새까맣게 탄 언니, 지친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서 허겁지겁 먹던 컵라면 같은 것들이다. 열심히 돌아다닌 그 자체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얼마나 재미난 추억인지!). 다만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걸, 갔다 와서야 간신히 알게 되었다. 여행은 여유도 필요한 줄은 그때의 우리는 몰랐지!

 

  요즘은 여행을 가면 왠지 일단 역사 유적지는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근데 문제는 유적지랑 맛집 빼면 여행을 가서 남들은 뭔가 한다는데 난 뭘 해야 할지... 하는 시간이 많더라고. 그 안에서 내가 찾아낸 건 조용한 카페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 멀리까지 가서 카페가서 여유를 즐긴다느니 하면 '집 앞 카페에 가라'는 일갈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숙소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여행이 될 수 있는 법이라오. 내 여행은 아마 앞으로도 느긋히 동네를 산책하다가 좋은 카페를 찾으면 기뻐할 일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여하간, 얼마 전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갔고 얼굴이 그닥 뻔뻔하지가 못해서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지는 못했었는데, 그럴 때 만만한 곳이 카페인거다. 미리 염두에 두었던 곳도 갔고,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우연히 간 곳도 있었다. 모두 大성공! 여행을 한 층 풍성하게 해 주는 좋은 기억이었다. 그 기억을 붙잡고 이 책을 읽었다.

 

  북카페라는 것이 참 모호한 것 같다. 책이 있는 카페인 건 확실한데 말이야. 북카페에서 책을 판매한다면 그곳은 카페인가, 서점인가? 책을 읽는 분위기만 조성해주고 손님들이 책을 들고가는 건? 동네 카페가 될 것인가 전문 서점같은 카페가 될 것인가? 요즈음 술과 책을 접목시키는 시도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일본도 그런 곳이 있더라. 그럼 거기가 정말 카페인가? 그나저나 고서점은 헌책방인가, 카페인가. 아무튼 여러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한 번쯤 들러서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곳은.... 거의 다 라고 대답하고 싶고.

 

  당분간 도쿄에 여행을 갈 일은 없을거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북카페에 간 기분이 든다. 사진에 나온 카페들의 인테리어도 요모조모 살펴보고, 잔잔하게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잡지에 나오는 카페 소개같은 글들을 묶어 두었다. 그 소개 내용이 다 북카페인거지. 다양한 주인만큼 다양한 카페가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이 북카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볼 수 있어 즐겁다. 만약 북카페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꼭 읽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에서 마음에 쏙 드는 북카페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에게 북카페란 '1)동네에 있는 2)한적하고 조용해서 책을 읽어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 3)음악도 적당히 잔잔하고 적당한 볼륨을 유지한 4)음료는 맛있으면 더 좋고 5)끼니를 때울 만한 것이 있으면 완전 최고' 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킨 곳은 한 곳도 없다. 대리만족을 실컷 하였으니, 앞으로 몇 년 더 동네의 완벽한 카페를 기다려야지. 벌써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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