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관한 책은 고3 이후로 10권도 보지 않았다. 솔직히 5권도 안봤다.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쓴 시를 읽은 국어 선생님이 '이 시는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칭찬받으려 쓴 시 같다'라고 말씀하신 이후 나는 시를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 이후 나에게 시는 분석해야 할 대상이었고,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시와 관련된 책은 수능 대비를 위해 시를 풀이해 놓은 두께 3cm는 될 시 분석집이었다. 시의 소재와 분위기와 심상을 파악하면 주제를 알아낼 수 있지!
시를 이해해 보고 싶었지만, 시를 이해한다는 건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읽으면 될 것 같다고 용기내서 써 놓고도 다시 시와 멀어졌다. 쉬운 게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가겠어. 사실 이 책은 시인이 시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라 생각해서 읽고 싶었다. 알고보니 오랫동안 시를 가르쳐 온 교수님의 시 풀이집이랄까, 평론집이랄까. 우물에서 하늘 보기란 제목은 시라는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 감히 추측해본다.
백석의 시집을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의 5대손쯤 되는 것을 읽었던 일화나 시인 박정만에 관한 이야기 등 시에 관련한 곁다리 이야기들이 난 재밌다. 기고되었던 글인 만큼 한국 사회에 있었던 사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는다. 세월호, 윤일병, 신춘문예... 결국 남은 것은, 슬픔이 있어도 찬란한 것은 희망이기 때문이리라고. 문학의 역할은 사회에게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해주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이 비통함이 잊힐 것이 두렵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래서 결국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거냐고! 시인을 알고, 그 시대를 파악하고, 시인의 평소 사상을 알아내서 왜 그런 시가 나오게 되었는지 분석하여야 하는 걸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시라는 장르적 특성 덕분에 시 전문을 읽고 해석을 읽으니 이해하기도 쉬웠다. 그렇지만 시에 대한 내 질문은 그대로다. 나는 평생 이렇게 시를 읽을 수 없을텐데. 재미있게 읽었지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여전히 나는 그 시들을 읽어내지 못할 것임을 알아서 좀 슬프다. 슬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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