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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00원과 50원의 사이에서

by 푸휴푸퓨 2016.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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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몇 살 때의 일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것 같으니 6살 무렵인 듯 싶다.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배운 것이 아닐까.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넘어갔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가 물었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안좋아하지도 않는 일인데 100원을 주는 일과, 좋아하는 일인데 50원을 주는 일이 있어. 어떤 걸 할거야?"

 

  난 큰 고민도 없이 후자를 택했다. 아빠가 말했다.

 

"아빠도 50원 짜리 일이 좋은 줄 알았어. 그래서 그걸 선택했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100원 짜리 일을 해야 했던 것 같아."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도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그 짧은 대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지금도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머릿속을 맴돈다. 아빠는 이 간단한 대화가 나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영향을 줄 것을 알고 하신 말씀이셨을까. 그때 아빠가 하지 않은 100원 짜리 일은 뭐고, 했던 50원 짜리 일은 뭘까. 아빠는 아직도 그걸 후회하고 있을까.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된 지금 나는 걱정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이 내게 50원 짜리 일로 남게 될까봐, 언젠가 50원을 택한 나를 후회하게 될까봐 겁이 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그럼에도 나는 누구보다 돈을 좋아하고 돈 쓰는 것도 버는 것도 좋아하는데. 후회 없을 50원 짜리 일인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이 일을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나?

 

  아직 아무도 나에게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노력하면 100원의 일을 할 기회가 올 것도 같다. 이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 아깝고, 동시에 그 아까움을 잠재울만한 확신이 나에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건 정말로 그렇게 가치 있는 선택일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 치열하게 노력했던 4월이었기에 달력에 빼곡히 써 있는게 참 많았다. 일정, 준비물, 날짜, 결과.. 많은 도전을 했고 한 가닥의 줄만이 내게 다가왔다. 그때는 그렇게 괜찮았던 선택이 왜 지금은 고민의 대상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새로 넘긴 5월의 달력을 본다. 어떤 것들이 저 빈 종이를 채워갈 지 감이 오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이대로 가는 거다. 간다. 가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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