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소개해주는 책을 좋아한다. 지금도 한 권 집에서 대기하고 있지! 수많은 그림 소개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동, 서양을 묶어서 소개해주는 책은 처음이라서 읽기 전에도 좋았고, 읽으면서도 좋았고, 읽고 좋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알게 된지가 좀 돼서... 이미 그림 소개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보았을 것도 같다. 내가 마지막일까!?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거다. 손철주 작가는 어쩐지 점잖은 노교수님일 것 같고, 이주은 작가는 우아한 30대의 여성분이 아닐까? 두 분이 산책을 하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옆에서 잘 듣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면 될까. 아,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났음에도 대등한 관계에서 서신 교환을 이어갔던 이황과 이이를 생각하면 어떨까. 그들의 편지를 보고 우리가 정말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런 느낌이 든다. 두 분께서 들으시면 놀라실 비유려나.
10가지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그에 맞는 그림을 소개하는 식으로 책은 진행된다. '그리움'이나 '엄마'처럼 어쩐지 마음이 저릿한 느낌의 주제도 있고 '유혹'이나 '노는 남자와 여자'처럼 피식 웃으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주제도 있다. 강약을 조절해가며 소개를 해 주시는데 그 그림들이 다른 책에서 자주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서 더욱 새롭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그림도 있구나! 하며 또 한 번 감탄하는 거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의 '이렇게 넓다니!(What freedom!)'이다. 홍수가 났는지 흙탕물이 세차게 흘러가는데 남녀는 좋은 옷도 개의치 않고 물에 들어가서 즐거워하고 있다. 잠시 자유롭게 일탈하는 기분이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척척한(축축한과는 다른 그 어떤 기분!) 기분따위 생각치 않고 일단은 즐겁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를 후련하게 했다(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다). 일탈하고 싶다! 놀고 싶다!
Can you feel it!!!!!LOL!!!
읽으면서 한 가지 나 자신에게 아쉬웠던 점이 있다. 서양화가 나에게 좀 더 설명적으로 느껴지고(그림체가 익숙해서겠지만) 한 번에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면, 동양화는 이해하거나 감상을 느끼기 위해서 세세하게 뜯어봐야 했다는 점이다. 나름 한국 그림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서양인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열어보면 나도 참 저 깊은 곳까지 서구화 된 것 같다. 더 열심히 한국화를 감상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같은 감정을 동, 서양이 어떻게 그려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된 이 책이 정말로 좋았기 때문에, 정말로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정말로 출판사와 저자가 내가 이렇게 즐겁게 보았다는 걸 알아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참신하고 새로운 구성의 그림 소개서를 보길 원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큰 소리로 추천이라고 외치고 싶다. 목차를 보고 주제에 대해 다른 시대 및 공간의 화가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랍니다. 참고로 주제는 "그리움/유혹/성공과 좌절/내가 누구인가/나이/행복/일탈/취미와 취향/노는 남자와 여자/어머니,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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