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는 갈수록 두 부류로 분명히 나뉠 것이다. 이런 구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당신은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가, 아니면 능숙하지 않은가. 당신의 숙련도가 컴퓨터 기술을 보완하는가, 아니면 컴퓨터가 홀로 작업할 때 성과가 더 좋은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는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혹시 컴퓨터와 경쟁하고 있지는 않은가.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타일러 코언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AI의 발전에 일자리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가? 만약 AI가 날 도와줄 좋은 조수가 될 거라 믿는 이라면 나는 그 마음이 부럽다. 내 직업은 종종 AI가 발전하면 사라질 직업의 순위에 등장한다. 당장 대체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평생 이 직업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 지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책 앞부분 제러미 리프킨의 이야기는 그런 내 마음에 딱 맞을 미래 일화를 예견하여 들려준다.
2060년에 당신의 증손주가 당신에게 "증조부모님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았어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증손주에게 "증조할아버지는 트럭을 수동으로 운전해서 매일 20km를 왔다 갔다 했단다. 그리고 증조할머니는 물건을 비닐 백이나 종이 상자에 넣는 일을 했어. 매일 여덟 시간씩 40년을 그렇게 일했지"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증손주는 어떻게 반응할까? "뭐라고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우리가 지난 시절을 돌아볼 때 그렇게 느끼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항상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진보의 한 과정에서 인간은 개방적이 태도로 세상과 협력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지금(제4차 산업혁명이 정말로 다가왔는지 논의는 제쳐두더라도 급변의 시기인 것은 맞다) 일하는 개인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중앙일보 기자 4명과 Publy가 협력하여 취재한 책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이들을 "뉴칼라"라고 부른다. 책은 뉴칼라를 정의하고, 이에 부합하는 직업인 8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견해를 정리했다.
뉴칼라 [정의]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만이 갖는 가치를 창출하는 이, 빠르게 변하는 일의 지형에서 자신의 영역을 앞서 개척하는 이.
[조건] 1. 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2.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3.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4.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5.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뉴칼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다. 열린 마음과 협업하는 자세, 주도적 태도, 안정적 직장은 더이상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이에 해당한다. 토스의 창립차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철밥통은 더이상 없어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용기 있게 그걸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힘들어도 몇 년만 지나면 훨씬 더 행복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딱 철밥통이라 불리는 직장을 가진 나를 뜨끔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진짜로 하고 싶으면서도 시대에 부합하는 일을 찾는단 말인가? 얼마전 읽은 '심미안 수업'에서 윤광준은 새로운 창조성을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작품이라 말했다. 예술은 결국 사회와 일맥상통하는 작업이어서, 삼성SDS인공지능개발팀 이치훈도 지금의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라 말한다.
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래를 내다보려면 오늘을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도전 정신으로 '어떻게'와 '무엇을'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여행을 즐기다 보면 '미래'가 준비됩니다."
나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가진 인재가 되어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책에서는 Mission Driven Self, 사명이 이끄는 개인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야만 개인은 존재의 의의와 스스로의 행복을 챙길 수 있다. 단순 반복적이면서 목적 의식은 타자에게 맡긴 이들의 업무는 곧 기계와 AI로 대체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셀레브 임상훈 대표의 의견이 인상깊었다.
일하는 사람은 디렉터와 워커로 나뉘어요. 워커로 살 건지 디렉터로 살 건지 각자 역할을 선택해야죠. 워커는 자꾸 자기 일을 침법하는 인공지능과 싸워야 할 거예요. 그런데 겪어 보니 모두 디렉터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디렉터가 많으니까 결국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디렉터가 꼭 뛰어나다는 건 아니에요. 디렉터와 워커는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팀원들이 모든 걸 잘하길 바란 건데, 그건 제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현재의 회사에서 모두가 번뜩이는 뉴칼라일 필요는 없다. 여전히 조직에서는 '워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봐도 워커로 남은 사람은 디렉터보다 훨씬 빠르게 AI에게 대체되리란 예감이 든다. 아직은 조직이 워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당장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우리는 결국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디렉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다만 나만의 디렉팅을 고집하는 독선적 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단순반복적인 일을 로봇에게 넘기고 나면,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과 협업 능력을 부각시켜야 한다. 맞다. 모든게 적혀진 절차로만 되던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윤활유가 섞일 때 일은 더 효율적이고 부드럽게 진행된다.
직업을 선택하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신조가 있다. 직업은 "나를 기쁘게 하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임상훈 대표는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내 마음과 꼭 같은 시 한 구절을 이야기했다. 나는 내 신조에 맞는 직업과 자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 이 자리를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변모시킬지는 나에게 달린 숙제다. 최선을 다해 고민한다. 결국 일의 목적은 무엇보다 행복이다.
내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성공이란 무엇인가', Ralph Waldo Emerson
p.s. 퍼블리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 퍼블리에서 나온 책은 전부 읽고 있다. 이렇게 트렌디하면서도 날카로운 직관을 가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대단하다. 덕분에 끊임없이 개안(開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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