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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Zero에서 시작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 - 사카구치 교헤

by 푸휴푸퓨 201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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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안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겠지만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카페에서는 자주 종이 컵홀더를 거부하고, 따뜻한 음료는 뚜껑도 잘 닫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고, 종이 빨대는 불편하지. 사무실에 앉아서도 머그컵을 쓴다고 하지만 오늘 낮에만해도 커피 믹스를 녹이기 위해 일회용 젓가락을 뜯어 휘휘 저었다. 노력을 한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매일 쓰레기통 한가득 무언가를 양산한다.


  몇 년 전 봉고차 안에서 간소한 삶을 시험한 이의 이야기와, 쓰레기가 끝없이 양산되는 도시에서 쓰레기만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의 책을 리뷰한 적이 있었다(봉고차 월든/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삶의 기본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소유해야한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고, 이후 조금 더 홀가분한 삶에 대해 종종 생각했다. 시골에서의 삶이나 협소주택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 막상 현실에서 크게 시도한 것은 없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여전히 현재 삶의 방식은 낭비가 많다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에 아마 저 두 책 중 한 권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같고, 아니면 니트족으로 사는 법(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을 알려 준 책에 있었던 것도 같다. 여하간 오랫동안 기록해 뒀었는데 몇 년만에 드디어 읽을 결심을 한 것이다(정확하게는 이 책이 꽂혀있는 서가로 찾아갈 결심이겠지). 독특한 생활 방식을 기록한 일본인의 책을 여럿 읽었던 터라 어쩐지 내용이 예상이 가기도 했는데, 솔직히 예상에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건 다른 삶이 존재할 수 있다는 확인은 언제 반복해도 좋아서, 그리고 예상에 아주 약간 플러스 알파가 되는 부분만을 위해 책을 읽기도 하니까.


  이 책을 읽은 나의 화두는 간단하게 다음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아 왔던 곳이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저자는 굳이 환경을 위해 이런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다만 거추장스러움을 벗어던졌다고 해야할까. 그가 살기에 충분하다고 거듭 말하는 종이 박스 구조물에서 나는 -이 사회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이상- 도저히 못 살겠지만 그와 나는 기준이 다르니까 인정한다. 그는 박스로 주거지를 한정했지만, 자가 발전을 하며 생각보다 완벽한 상태의 전기 활용 생활을 하는 이들도 나온다. 텐트와 이불을 구하는건 생각보다 너무나 쉽고, 또 다시 만들기도 편안한 집이라는데.


  식재료를 구하는 방법 중 가장 범상치 않았던 건 여러 식당들이 버릴 수 밖에 없는 멀쩡한 재료를 찬찬히 받아오는 것이었다. 암묵적 계약(?)관계를 지키며 절대 주변을 더럽히거나 오히려 치워주기도 하는 등 그들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여러 단체에서 주는 구호 음식을 받아 먹기도 한다.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무슨 요일에는 어디에서 어느 단체가 음식을 나눠준다는 걸 꿰는 방법이다. 약소한 돈을 함께 주기도 해서 돈까지 벌 수 있다고 하는데 글쎄, 난 이 부분에선 의문이 있다.


  그와중에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길에서 산다고 돈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물건을 팔거나 정보를 팔거나,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디서든 잘 할 사람은 잘 한다고 느꼈다. 수완은 사라지지 않는다. 길에서 산다는 건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가 몹시 낮아진다는 뜻이어서, 그들은 적은 돈으로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 고정비로 지출해야 하는 돈이 얼마나 많은가. 부러움과 해방감을 느꼈다.


  익숙한 시스템을 벗어나 미니멀 및 자급자족 라이프를 구현한 이야기였다. 길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단순히 떠올릴 지저분하거나 누추한 삶이 아니다. 나름대로 훌륭하다. 어디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구호음식을 계속 먹는건 결국 수렵채집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건 버려지는 것과 다르다. 만약 내가 내 힘으로 음식을 구할 수 있다면, 구호는 점차 지양해야 한다(저자가 구호음식만을 먹고다니는건 전혀 아니지만). 그 외에는 굳이 멀리할 필요가 없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실행할 용기를 진짜 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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