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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Movie Review] 플로리다 프로젝트 - 션 베이커 감독

by 푸휴푸퓨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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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일요일 오후를 함께 보내려 튼 영화였다. 포스터 색감도 예쁘고 무지개도 있고 애들도 뛰놀고 있었다. 발랄하겠거니 하고 틀었는데 글쎄, 처음부터 나오는 장면이 아이들이 차에다가 침이나 뱉어대는 거였다. 죄의식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더니 그 엄마라는 사람은 그럴수도 있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이 불량하고 불쾌한 장면은 대체 뭐야. 주인공인듯한 여자애는 어쩐지 어린 일찐같아 보이기도 했다. 침 닦는걸 누가 좀 도와주면 참 좋을텐데. 좋니!?


  바로 꺼버리고 싶은 심정을 누르고 계속 화면을 바라본건 이 영화를 내게 추천해준 이의 안목을 믿기 때문이었다. 괜찮다잖아. 무니라는 여자아이와 두 남자아이, 새로 나오는 다른 친구까지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모텔에 산다. 모텔장기투숙객이라면 응당 떠오르는 퀘퀘한 이미지가 있지만(이라고 쓰고보니 '눈이부시게'의 샤넬할머니가 떠오른다. 엘레강스 할머니!) 이들에게 그런 구김살은 없다. 나름의 재미있는-그래서 어른인 내 눈에는 성가시고 짜증나기도 하는- 놀이를 찾아내고, 동네를 활보한다. 이들을 제어하려는 이는 딱 한 명, 모텔의 매니저 바비 뿐이다. 


  (스포일러 알람!) 그럼 부모들은 다 뭐하고 있냐고? 바쁘게 돈을 벌고 있거나, 돈을 못벌겠어서 황망해하거나 하고 있다. 무니의 엄마 헤일리는 "나름" 노력을 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이러구러 시간이 가고 아이들은 돈독한 우정을 다져나간다. 하지만 세상은 우정같은 감정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 법. 결국 헤일리는 방에서 매춘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소식은 헤일리에게 아들을 맡긴 친구에게도 전해지게 되고, 친구는 격분해 헤일리를 신고한다. 너 내 아들이 방에 있을 때 그 짓을 했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친구에게마저 모욕적인 말을 들은 헤일리는 참지 못하고 주먹질을 한다. 


  이 영화에서 대체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모텔에서 키운 어른들? 그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너무 몰라주는 평가다. 우리는 사람을 단편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돼. 그럼 헤일리와 무니가 규칙을 지키도록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바비는 편견에 가득 찬 인물인가? 그는 그저 자신의 노동에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무니와 헤일리를 도와주기도 하는 평범한 인물일 뿐이다. 그럼 얌전해지라는 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 되바라질만큼 따박따박 말을 해대는 무니는 잘못된 아이인가? 이런 아이를 조용하고 얌전하게 만드는 일이 정말로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비록 세상이 인정하는 환경을 제공해주지는 못할지언정 헤일리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고 키워냈다. 그런 가정에 사회보장이 좀 더 견고하게 들어가지는 못할 망정 아이를 빼앗아 가는 것만이 정말 능사냐 반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보다 러닝타임 이후가 더 중요한 영화라고 느낀다. 화면이 꺼지고 나서 나는 조용히 인물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무니는 왜 내내 말만 잘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아무말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만 흘려냈을까. 헤일리는 아이에게 마지막 만찬을 제공하면서 그 착찹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쿠티는 엄마를 때린 사람의 딸이자 자신의 친구인 무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비는 결국 아이를 빼앗기는 헤일리를 보며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영복을 입은 헤일리에게 무니는 수영장에 가는거냐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수영복 셀피를 찍을거라고 헤일리가 말하자 무니는 신이나서 수영복 셀피!!!!를 외쳐댄다. 한껏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드는건 지금 수영복 셀피나 찍을 때가 아니라는걸 관객인 나는 알고 있어서다. 언젠가 무니가 성인이 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이해하게 될거다. 그 때 무니는, 함께 수영복 셀피를 찍자던 엄마를 이해할지 아니면 경멸할지, 잠깐 의문이 들었다. 판단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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