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에서 (휴가철이 다 지난 8월 말에) ‘2019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이란 제목으로 책 추천을 해주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내용을 살폈지. 흠, 이런 저런 책들이 있군. 쭉쭉 스크롤을 내려가며 재밌을만한 책을 골랐다. 도서관에서 당장 빌릴 수 있는 책들을 빌렸는데, 그 중 한 권이 ‘수영하는 여자들’이다.
짧게 읽은 줄거리로 볼 때 훈훈한 내용일거라 짐작했다. 실제 책을 받아보니 오옹, 표지도 귀여운데. 찬찬히 살펴보자니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구픽? 최근에 이 출판사 이름을 주목했던 기억이 났다. 내가 영국에서 참 좋아했던 드라마 Vera의 원작 추리 소설(앤 클리브스의 ‘하버 스트리트’)을 펴낸 곳이잖아! 굳이 출판사 이름을 기억한 건 표지가 너무 센스 있어서였다(10년 전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레이븐 블랙의 표지는.... 그거슨 재앙이다. 재앙이야!). 같은 작가의 책인데도 매력도가 천 배 차이 나게 보이게 하는 건 오로지 표지의 힘이렷다. 구픽은 아무래도 표지 맛집인가봐. 몇 달 전 vera 시리즈 2권 ‘나방사냥꾼’이 출간된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솔직히 두 권 세트로 살까말까 굉장히 고민했던 차였다. 호오, 구픽!
예상대로 내용은 따뜻했다. 혈연관계가 아닌 남남이 지역 공동체로 만나 같은 가치를 지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공동의 재산을 지키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난할 수밖에 없다. 있음이 자연스러워 그 가치를 지나치는 대상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도서관, 공원, 체육센터 같은 것들. 사서라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같은 직업인이었던 로즈메리에게 자연히 크게 공감하였다. 도서관이 비록 가시적인 이윤창출이 없지만 비가시적 공동체 부양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 곳인지 감히 짐작이나 제대로 하냐고요!? 이 의회 양반들아!
하지만 정말이지 이상적인 결말은 나를 좀 씁쓸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상에는 이런 화합보다 화합을 갈망하는 외로운 도시의 고독자가 훨씬 많을 테다. 고독이라면 나도 좀 아는데 말이야. 확실히 사람은 사람과 있어야 한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공동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
읽는 내내 로즈메리의 삶이 참 부러웠다. 로즈메리와 조지같은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먼저 가는 게 나은지 남겨 지는 게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널 혼자 남겨두고 가는 안타까움이 더 아플까 아니면 네가 없는 빈자리를 견디는 게 더 아플까. 사랑하는 사람과 한 날 한 시에 떠날 수 없는 당연한 사실에 아직 마음이 쓰린 걸 보면 난 아직 다 크지 못했다(음?). 올해는 노년의 삶에 자꾸 관심이 간다. 노인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구픽에 대한 팬심이 펄떡이던 나는 결국 나방사냥꾼을 구입했다(결국!). 후후, 이것만 사면 되겠어요? 곧 하버스트리트도 사야겠죠? 소중한 내 메그레 경감 시리즈 옆에 꽂아둬야지. 구픽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1인 출판사다. 응원합니다! 리비 페이지의 다음 책도 계약했다고 하니 그 책을 기다리며 도서관에 소장된 다른 구픽의 책들도 읽어보려 한다. 좋은 출판사를 찾는 건 항상 좋은 일이다. 책 많이 파세요오옹! 번창하시고 오래 가세요오옹!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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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픽 인스타그램 :: gufic_guz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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