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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 처럼 - 오소희

by 푸휴푸퓨 201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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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on Naver


오소희 여행 에세이『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세 돌 된 JB와 단둘이 터키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라오스, 시리아, 탄자니아 등 우리와 다른 속도로 사는 이들 사이를 아이와 함께 느릿느릿 거닐며 ‘사람’을 여행하는 오소희가 이번에는 남미에서 마주친 눈빛, 풍경, 그리고 사랑을 담아냈다. 2010년 7월 중순부터 2010년 10월 중순까지 약 세 달 동안 이어진 남아메리카의 6개국 여정 중 이 책에서는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를 여행한다.

남미 여행기 1부인 이 책에서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남미의 라티노들에게서 받은 경박함을 들려준다. 내일이나 모레는 무겁다고, 오늘은 오늘만 생각하자고 말하는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라티노들의 삶의 방식을 보면서 우리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침략과 지금까지도 남미대륙에서 이어지고 있는 폭력과 저항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낯선 대륙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간단하게 한 줄로 말하자면 대학원과 공무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나를 대학원으로 가자!고 말하게 만든 책이다. 2권이 세트인데 이제 1권을 읽었고 2권을 읽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남미에 여행 갈 계획은 지금은 전혀 없고 앞으로도 썩 생길 것 같지 않지만(나는 아주 안전하다고 평이 난 곳이 아닌 곳을 가고 싶지 않다) 책 속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노라면 당장 남미 여행 계획을 짜야할 것 같다.

 

  오소희 작가의 책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무한반복으로 읽어 왔던 한비야 작가의 책 덕에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으로의 여행에 대한 환상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제목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라니 어떻게 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세화여고의 도서관이 작다고 항상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본 책 중 몇 권이 여전히 기억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곳이고(몇 권밖에 안나는 것이 더 문제일까..) 객관적으로 봐도 웬만한 학교 도서관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시설이었다. 여하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를 시작으로, '시간이 멈추는 곳, 라오스'까지 빌려보니 나는 어느새 오소희 작가의 팬! 오소희 작가의 여행기는 여행한 풍광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여행기는 아니다. 대신 책 속에서 보이는 중빈의 성장과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좋다. 또 오소희 작가가 사람을 보며 하는 생각이 좋다. 나는 위험해서 못할 로망인 여행을 척척 하고 계신단 말이지. 캬~

 

  '하쿠나 마타타, 우리같이 춤출래?' 는 대학에 와서 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보다 감흥이 덜해진 기분. 정말 책이 별로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1년 유럽 여행 후 여행에 잠깐 지쳤던 게 문제겠지. 여행에 흥미가 떨어진 이 나쁜 독자 탓이다.

 

  전 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도서관에 있음을 알면서도 이 책을 읽기를 꺼렸다. 또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심지어 두 권이다. 몇 주 고민하다가 역시나 한 작가의 책은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 때문에 한탄하며 하나 빌려 왔는데 글쎄, 왜 이렇게 좋아! 왜 이렇게 잘 쓰셨어요? 왜 지금 제게 필요한 말들이 다 들어 있어요?

 

  중빈은 내가 기억하는 어린 애 보다 훨씬 많이 커서 이제 시어머니 같은 잔소리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귀엽다. 그 나이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부럽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기준이 정말 많은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틀렸단 생각이 틀렸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우치느라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얼마나 괴로웠나. 이 아이는 초등학생임에도 이미 그걸 알고 있다. 부러운 녀석!

 

  남미 라티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을 즐긴다. 카르페 디엠! 그 말을 항상 머릿 속에 새겨놓고는 있지만 정작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이 없는 나는 그 마음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그들 나름대로는 발전이 없다는 식의 문제를 이야기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산다고 해서 항상 발전이 있는 건 아니더라고.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 현재의 행복 추구를 너무나 쉽게 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만족지연정도?라고 했나.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정도라고 한다. 라티노들은 이런 게 뭔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지연했는지는 말해봐야 입 아프지 뭐. 우리 아빠도 안쓰러울 때가 많으니까 할 말이 없다(아빠의 만족 지연의 이유가 나와 언니라는 사실이 더 슬프고, 그렇다고 만족을 찾아 떠나시라 말하기엔 아무것도 없는 내가 슬프다). 나의 만족지연 정도는? 현재에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시도의 총 합이 나의 대학 시절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안전성을 버리고 지금 내가 너무나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문을 위해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을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안정적이지 않지만 대학원에 간다고 굶어 죽지는 않는다 위안삼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내 생활력 정도면 어떻게든 나는 살아남는다. 그러니까 일상의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잠깐 뒤로 미루고, 내 정신적 만족을 위해 지금은 내가 선택한 길을 가야겠다. 가야겠어!

 

  글 속에서 작가님이 스쳐 만난 베로니카가 말했다.

 

 '인생에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침잠기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결국 그 시기를 통과해서 인생을 찾았어. 내겐 꿈이 있고, 힘들어도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 좋아. 지금 이걸 봐. 용기를 내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너를 만나 한국에 대해 배울 수 있었겠어? 난 성장하고 있는 거야.'

 

  나도, 성장하고 싶은 것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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