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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낭만적 밥벌이 - 조한웅

by 푸휴푸퓨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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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on Naver

지긋지긋한 야근이 싫어 프리랜서를 선택한 카피라이터 키키봉의 홍대 카페 창업기. 이 책은 커피와 와인, 인테리어와 음악에 문외한인 주인공 키키봉이 카페를 창업하며 겪었던 황당한 에피소드들 담았다. 진전 없는 인테리어 공사, 20년 지기 동업자 곤과의 갈등, 개업 직후 몇십 년 만에 한다는 하수도 공사로 진입로가 막힌 일 등 파란만장한 그의 창업 스토리가 솔직 담백하게 펼쳐진다.

 

 


  리뷰를 쓰지 않으려 했다. 화가 났기 때문이다. 제목은 낭만적 밥벌이라고 멋있게 지어놓아서 나를 정말 고기잡듯 낚았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카페가 아직도 운영된다면 한 번 가봐야겠다 싶어 네이버에 리앤키키봉을 검색했더니 역시나,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단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여러 글을 둘러보는데 낯익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깍두기 삼십대'. 이 아저씨가 쓰신 거였네.

 

  '깍두기 삼십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한참 생각해봤는데 읽은 듯하다. 땡스북스에서 처음 제목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한 두 번의 실패 끝에 빌렸다. 그래서 제목이 기억에 잘 남아 있는 거고.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읽고 다시 읽어보지 않은 채 반납했다고 기억하는데 잘 모르겠다. 다른 책인데 이 책이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거 아니야. 쉽게 읽히는 책이었지만 아직 삼십 대가 아직 안되어서 그런지 잘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딱딱 지키며 사는 나와는 달리 잉여로운 마인드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두 책의 저자가 같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이해가 갔다. 그리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낭만적 밥벌이'는 마음산책 대표의 강연이 담긴 책 속의 말에서 예시로 든 책 중 한 권이었다. 박상미씨의 책 두 권과 함께 빌려왔는데, 제목이 너무 멋져서 안 빌릴 수가 없었다. 자기 전 한 페이지만 읽으려다가 잘 넘어가기에 그냥 앉아서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처음 말한 것처럼 화가 났다.

 

  나는 커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집에 드립커피가 있어서 마시기 시작하다가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 귀찮은 과정을 그만두었다. 카페의 커피를 집에서 마시고 싶어 모카포트를 하나 샀고 원두가루에 대한 정보를 아주 조금 눈으로 훑었을 뿐. 그래도 저자가 처음 카페를 만들 때보다는 많이 안다. 아니 어떻게 에스프레소랑 드립 커피도 구분 못하면서 카페를 개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도 이상했다. 시공과 관련된 부분은 그래, 진짜로 아예 모르는 부분이니까 잘 안될 수 있다. 그런데 가구를 업체한테 사게 하면 당연히 비싸다는 걸 왜 모르지? 왜? 알 수 없었다. 아니 나같은 애도 아는 일반적인 상식인데 왜 나보다 열 살도 더 많은 당신은 몰랐다고 써 놓은 거예요? 그래 놓고 그런 부분에서 마진을 남긴다며 화를 내다니? 공감을 해 주기에는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게도.  

 

  책을 다 읽고도 씩씩대다가 자려고 누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듯 이해했다. 돈이 좀 많이 들어갔을 뿐이지 저자는 이걸 본업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게 아니었잖아. 카페는 운영하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고 전심전력을 다 해야 잘 될까 말까 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본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시작할 수도 있겠구나. 본업보다 더 커지지 말 것을 처음 원칙으로 정한 것을 잘 생각해 봤어야 했다. 나랑 생각을 시작하는 개념이 다르구나.

 

  어떻게 그 큰 돈을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날려?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과 나는 돈을 생각하는 단위가 확연히 다르다. 투자금은 저자에게도 큰돈이었지만 다시 벌 수 있는 정도다. 나는 아직 그 반도 모아본 적이 없는 애고. 인테리어 실장을 왜 그렇게 못 다루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 비교 대상이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보다 몇 살이 어린 거니 이 아저씨.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홍대에서 까페가 살아남기는 힘들다. 뭣도 모르는 내가 그 사실을 아는 이유는 학교를 다니며 홍대 근처를 3년 넘게 뽈뽈거리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신촌이나 홍대에서 가게의 폐업/오픈 공사는 어디든 자연스럽다. 정말 치열하게 해야 간신히 살아남는다.  한 달만 주변으로 안 가도 내가 알던 가게가 사라진다. 좋아하려 했는데 홀연히 사라져 버린 음식점이 몇 개인지.. 

 

  재판본에는 이 카페가 문을 닫았다는 말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하면 홍대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를 날려줘야 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신촌홍대녀 3년인 나는 카페 건 음식점이건 유동인구가 많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그냥 돈 다 버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읊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경고하는 모든 유의점을 다 생각한 상태여도 나는 그것이 여전히 카페를 쉽게 생각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누군가 제목이 멋져서 읽기 시작해 경고도 각오했으니 카페를 열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지 않도록 낭만적 밥벌이라는 제목을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책 제목을 바꿀 순 없는 일이겠지.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이제까지 읽은 책 2권은 사실 읽고 나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랑 사는 방식이 다른 사람이라 이해가 안되는게 자꾸 나온다. 그럼에도 다른 책을 읽어보려는 건 내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자꾸 들어서다. 별로라고 생각하서도 읽고 싶은 불량식품 같은 마음? 다음 책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아마 또 다음 책을 기다릴 것이다. 뭐지, 팬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p.s. 리앤키키봉의 이야기가 담긴 이런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해둔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5595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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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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