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이다. 벌써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게 오늘은 6일이네. 2월은 조금 짧아 지나가는 시간이 더 아쉽다. 매월 1일마다 몸무게를 측정해서 지난달 대비 1kg 이상 감량하면 상금을, 0~1kg 감량이면 가만히, 조금이라도 증량하면 벌금을 매기기로 가족과 내기를 했다. 내기 덕에 운동도 하게 되고 시간의 진도도 신경 쓰게 된다.
관계와 만남에 지쳐 그룹별 주기까지 계산했던 나는 12월에 비해 훨씬 간소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연말모임이 어렵다면 신년모임을 하자는 모임까지 다 하고 나니 2월은 정말이지 한가하다. 조용하고 간단하게 반복되는 시간이 편안하다. 혼자 있어 불안하다는 감정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원래도 홀로 잘 노는 사람이었지만 잘도 지내는구나. 편안한 건 참 좋은데, 한산한 시간을 보내노라니 문득 나에게 쓴 소리를 해줄 이가 얼마나 있나 생각하게 되었다.
말을 아주 예쁘게 하지는 않는 편이다. 직설적이다. 항상 그래왔고 직설이 늘 옳지는 않다는 걸 알기에 조심하려 하는데 그럼에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게다. 혹은 의견을 정확히 말하는 태도 자체를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겠지(의견을 항상 정확히 말하는 게 꼭 좋을지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내가 요즘 편안한 이들과 함께하니까 조심성이 많이 사라졌구나 생각했다. 나에 대한 평가가 또다시 직설적이란 말 일색이 되었다. 이 사람들이야 나를 싫어하지 않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나를 제어할 수 없게 될 거야.
편안하다는 건 내게 거슬리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상대란 뜻이겠다. 나는 인간관계가 버겁다는 핑계를 대고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다 가지치기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시 연을 자주 이어야 할까?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쓴 말 할 사람을 곁에 두지 않은 이는 아첨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불편을 싫어할 뿐이었을지 모른다.
길을 함께 걷는 세 명 중 한 명은 내 스승이라는데(원문이 이게 맞나 모르겠다) 싫은 소리를 싫다며 바로 지워버리지 않아야겠다. 겸허해야지. 겸손해야지. 한 마디 할 때도 나를 돌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해야지. 듣기 싫은 소리를 달게 들으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편안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TV 다시보기를 돌리다가 JTBC ‘아는 형님’의 엑소 편을 보았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서장훈의 답이 내 머리를 띵, 울렸다. 그는 선이건 악이건 이도저도 상관없다며(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주입식 교육으로 외운 성무선악설을 떠올리며 식상해 했다) 어떻게 태어났든 지금 내가 똑바로 사는 게 중요하다 했다. 유레카. 나는 왜 태어날 때의 성정에 그리 집착했을까. 악하게 태어났다고 판결나면 이제부터 악마가 되려고 했던가? 당장 지금 바르지 않게 살고 있다면 그것부터 고치면 될 뿐이다. 옳다.
신년이 만족스러우니 자만한 듯하여 기록해본다. 편안한 삶보다 똑바른 삶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 생각하면 그렇게 살아야지. 애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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