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남자친구가 오랫동안 준비하던 공기업 필기시험을 봤다. 시험은 제법 어렵게 나온 듯 싶었다. 어두운 후기들을 찾아보며 짐짓 우울하지 않은 척하는 너에게 나도 이건 아무 일도 아닌 양 앞으로 해야 할 공부를 내밀었다. 마침 컴활 시험 접수기간이길래 같이 응시하자고 태연하게 제안했지. 데이트마저 공부로 잠식당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는 네게 이 자격증이 필요하다 말을 했다. 그 자격증을 따면 회사에서 교육비를 준대. 이 말이 네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같이 공부하면 좀 네 기분이 좀 나을까. 너의 우울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하늘이 굽어 살펴 혹시 네가 이번에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 그저 앞만 보는 중이다. 시험은 7월 4일이다. 오래간만에 열심히 공부할 일이 생겼다.
2.
마음의 평화를 위해 미니멀리즘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관심이 환경으로 넘어갔다. 플라스틱 물건을 많이 처분하다 보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마음이 들었다는 아주 간단한 글을 쓰려했는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환경 이야기가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서 아무 말도 시작하지 못할 기분이다. 쓰레기를 만드는 게 싫어서 요즘 물건을 사기가 무섭다. 물건은 오래 잘 쓴다 해도 포장재는 다 어쩌냐고.
듣똑라에서 한 달짜리 '원헬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시기와 듣똑라 프로젝트의 시기가 마침 딱 겹쳐서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이런저런 시도도 했지만 딱히 인스타에 인증을 하지는 않았는데-미안합니다 인스타를 잘 안 해서..- 평소에 지키던 부분도 있고 새로 알게 된 부분도 있다. 여러 전문가가 나와 환경에 대한 이모저모를 설명해주는 컨텐츠도 좋았다. 듣똑라 말고도 스스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는데, 정말 보면 볼수록 방대한 문제가 산적한 세계임을 알게 된다.
마침 오늘부터 금요일까지가 세계 고기 없는 주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주목할 만큼 채식을 하겠노라 나서기는 부끄럽지만 혼자 먹는 끼니나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는 순간에는 채식 메뉴를 선택하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환경주의자가 된 느낌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서, 사고 싶은 물건은 여전히 있다. 당근 마켓에 혹시나 마음에 꼭 맞는 제품이 올라오지는 않는지 열심히 힐끔거리고 있지. 마음에 '꼭' 들어야지만 사기로 마음먹었다. 오래오래 고르고 또 골라서 무언가를 소비하는 사람이 되겠다. 충동구매는 이제 없어!
3.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학원 친구들을 만났다. 무소식이 희소식일 친구들이다. 이렇게 말하면 정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뭐랄까, 셋 다 안정적인 직장에 정착한 지 조금 되었다. 문제가 생겨야만 호들갑을 떨 시기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단 하나의 이벤트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연애 혹은 결혼. 어릴 적에는 하지 않았던 출산과 결혼 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허공에 붕 뜬 수준의 내용이지만 대체로 아기를 낳아 키우기가 경제적으로도/심리적으로도 겁난다는 말을 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은 결혼 후 아기가 찾아온다면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것. 그렇다면 혹여나 있을 사태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해 각자 얼마나 방비하느냐가 미래의 삶을 바꿔주겠지. 나는 어쩌려나. 환경 문제와 통장 문제를 잊지 않으려다가도 아기를 바라는 연인의 얼굴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사람아. 일단 안정이라도 찾고 말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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