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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0.6.26. 10/10 물질적 소유 이론

by 푸휴푸퓨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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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미니멀리스트'를 읽다가 '10/10 물질적 소유 이론'을 발견했다. 골자는 소유한 가장 비싼 물건과 가장 가치있는 순간을 살펴보면 서로 얼마나 관련이 적은지 알게된다는 것이지만 그거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만 하니까. 마침 29.5세를 살고 있기도 하니 20대를 정리하는, 20-29살의 목록을 적어보면 좋겠어서 한 번 작성해 본다. 비싼 물건은 소유한 것 중 직접 값을 지불한 것만 고려했다(엄마아빠 고마워유!).

  며칠에 걸려 목록을 쓰면서 확실히 소유와 가치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지만, 반대로 투자했기에 좋은 경험으로 연결된 물건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큰맘먹고 지출했던 첫 여행비, 수많은 과제를 함께한 노트북, 처음 사 본 (나름) 비싼 가방.. 물론 구입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물건도 많고 비싼 순이다 보니 순위권 밖의 자잘한 소비도 많다. 가령 구입하지 않았어야 할 진심으로 아까운 물건은 4번, 9번이다. 그치만 이렇게 열심히 사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해탈한 상태가 되지 못했을테니 어쩔 수 없지 뭐. 말도 안되게 사치한 경험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목록을 완성했다.

  물건 목록보다 가치 있었던 10가지 목록이 훨씬 쓰는데 오래 걸렸다. 가치있는 순간은 한 순간이더라도 그 순간을 위해 많은 시간이 쌓여야 하더라. 쌓이는 시간이 항상 좋을 순 없으니 목록에 넣어야 하는지 어쩐지 고민을 해야 하고. 무엇하나 순식간에 이루어진게 없었다. 그래서 어쩐지 그 시간을 잘 쌓은 내가 좋아졌다. 세상에서 최고로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살고 싶은 만큼 열심히 살기는 했어. 수고했다.

  현재의 내 모든 면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해 매일 86,400초를 열심히도 써 왔다. 39.5살의 내가 누구와 무엇을 어디에서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10년을 돌아오며 많이도 성장했다 느끼는 기분을 그때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매 10년이 뿌듯하기를. 돌아볼만 하기를!

 

이렇게 쌓여온 시간이 어쩐지 행운 같은 기분이라, 포춘쿠키!

 

*지난 10년 간 구입했던 가장 비싼 물건 10가지

1. 유럽 여행 비용 (첫 여행: 20여일에 650만 원 가량)

2. 핸드폰(매 핸드폰 모두)(기기 당 100만 원 내외)

3. 노트북 (기기 당 100만 원 이상)

4. 일본 여행 중 구입했던 화장품 무더기(여행 당 30만 원 가량)

5. DKNY 가방 (30만 원 내외)

6. 미용실 비용 (회당 20만 원 내외)

7. 남자친구 생일 선물 (회당 20만 원 내외)

8. 전자책 리더기 (기기 당 10만 원 대 초반)

9. 네일아트 비용 (회당 10만 원 내외)

10. 까고 나온 전주 자취방 보증금 (30만 원)

 

*지난 10년 간 삶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10가지

1. 뉴욕에서 한 달간 살면서 페리에서 혼자 신났던 날

2. 연애하며 이심전심이 느껴진 순간

3. 원하던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다는 걸 안 순간

4. 출판학교에서 같은 취미의 사람들을 만나서 취향을 공유하는게 신난다고 느낀 순간

5. 영국에서 매일 걷던 길에서 부슬비를 맞다가, 지금 이 쓸쓸한 분위기가 딱 내가 그리워할 영국임을 느낀 순간

6. 네 식구가 다같이 저녁먹으면서 즐거울 때

7. 이제는 내가 나를 먹여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8. 대학시절 좌충우돌하며 인간관계와 사회성을 배웠던 시절

9. 내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고/편안하고/행복한지 파악하게 된 것 (혼자 여행 등을 통해)

10. 25살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당연하게 누린 모든게 사실은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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