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20.7.13. 필라테스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법

by 푸휴푸퓨 2020. 7. 13.
728x90
반응형

  지난주, 처음으로 주 5일 필라테스를 다녀온 기념으로 이 글을 쓴다.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작년 2월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단체 헬스가 지루하게 느껴져서 종목을 바꿨다. 정적인 듯 동적인 필라테스는 내 성격과 제법 잘 맞아서 가기 귀찮네 어쩌네 하면서도 두 번이나 추가 등록을 했다. 6개월을 등록하면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으니 말 다했지. 나는 필라테스 시간을 좋아한다.

  첫 몇 달간 나는 항상 가장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못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못해서 선생님이 왜 그렇게 나만 오래 붙잡고 있는지 주변에 한탄했다. 주목받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 덕에 선생님이 나를 교정하지 않게 하리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이 내 곁으로 잘 오지 않았다. 나를 보고도 스윽 지나치면 어찌나 뿌듯한지. 몇 달을 끙끙대고 나니 내가 봐도 제법 중간은 되는 기분이었다. 변화를 느낀 뒤로 나는 다른 사람의 동작을 끊임없이 신경 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쳐다볼 정도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 힐끔힐끔. 훗, 저 사람은 벌써 저렇게 부들거리는군. 아, 저 사람은 완전 고수네.

  몇 주를 홀로 내적 경쟁을 하다보니 문득 이런 내가 걱정이 됐다. 왜 남을 평가하고 있는 거야. 운동하는 사람들은 매일 바뀌는데 무의미한 신경을 끝없이 곤두세우고 있었다. 사람이 바뀌지 않아도 의미가 없을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게 누구든 순위 싸움이나 하자고 운동하러 간 건 아니었다. 

  눈동자를 굴리기도 몇 달, 최근에는 몸의 유연성이 부쩍 좋아진 걸 느꼈다. 유연성의 대표주자 다리 찢기 말고도 고관절의 운동범위, 어깨의 가동 범위가 넓어졌다. 이제까지 뻣뻣한 몸을 겨우 달래며 악으로 버텼다면 지금은 몸과 함께 숨을 느끼며 흐름을 타기도 한다. 그런 궤도에 오르면 명상을 하듯 나에게 집중한다. 여전히 자랑할 생각은 없는 몸짓이지만, 강해진 다리가 단단히 균형을 잡아주면 숨을 헐떡이지 않을 수 있다. 박자에 맞춰 호흡을 한다.

  이러다보니 요즘은 다른 사람을 힐끔댈 틈이 없다. 자칫하면 집중이 깨져 내 운동이 어렵다. 남을 의식한 건 내 몸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은 계속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을 텐데, 드디어 남과의 경쟁이 아닌 나와의 싸움을 한다. 이 작은 발전을 아무도 몰라도 좋다. 나는 조금씩 더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