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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Review]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 정희숙

by 푸휴푸퓨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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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정리 관련 컨텐츠를 봤다. 처음에는 해외 컨텐츠를 많이 봤는데 넷플릭스의 '미니멀리즘'이나 이 다큐에 출연했던 미니멀리스트가 쓴 책들 모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도미니크 로로의 책도 당연히 봤지. 곤도 마리에 영상은 첫 편을 보고 포기했는데, 설레는 물건에게 내는 소리와 표정(한쪽 다리를 들고 뀨우? 같은 소리를 낸다)이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세요 정말. 

  국내에는 마땅한 컨텐츠가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유튜브에서 두 채널을 찾았다. 첫 번째는 쓰레기집 청소 업체인 클린 어벤저스의 채널(이 채널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어 영상은 첨부하지 않지만 언젠가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두 번째가 정희숙 정리 컨설턴트의 채널이었다. 

  자꾸 쓰러지는 옷이나 정리했는데 정리 안 한 모양새의 소품들을 어떻게 깔끔히 정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꿀팁, 여러 고객의 집안 변화 등을 재미있게 둘러보았다. 책도 출간했다기에 얼른 읽었지. 책은 크게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 간단한 정리법, 공간별 정리법, 실제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물건은 우리 마음과 비슷한 데가 있다. 쓰이지 못하고 집 안 여기저기에 박힌 물건들은 심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뭉쳐진 채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과 같다.

  책상의 두 번째 서랍이나 옷장 어느 칸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 물건 대신 커다란 덩어리가 있다는 생각만이 들 때 나는 기분이 언짢다. 쌓여있는 짐을 외면하는 기분은 마음속 고민을 외면할 때와 같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정리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수많은 물건을 끌어안고 살던 사람들에게 정리의 경험은 진정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 이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략) 우리는 정리를 함으로써 우리 앞에 맞닥뜨린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꾸준히 방을 정리하고 물건을 줄였다. 물건을 줄이다 보니 새로운 무언가를 사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금방 질려버리거나 잘 활용하지 못할 상황이 불편했다. 버리는 행위 자체를 꺼리게 되자 자연스럽게 쓰레기와 환경에 관심이 옮아갔다. 충동 구매가 사라졌고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자문하게 됐다. 생활 습관에도 변화가 생겨서, 충동적인 약속이나 말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물건이건 말이건 불필요한 무엇인가를 양산해내고 싶지 않았다.

버리는 일은 선택이다. 선택은 자기 삶의 통제권과 관련되어 있다. 무엇을 갖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얼마만큼 유지할 것인가, 남은 물건을 어떻게 쓸 것이며 이 물건은 왜 필요한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줄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치우고 보니 스탠드 옷걸이가 하나쯤 있으면 편리하겠어서 오래 따져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샀다. 덕분에 늘 바닥에 두던 가방을 걸어놓을 수 있게 되어서 볼 때마다 뿌듯하다. 몇 년 간 고민하던 포스터 액자도 샀다. 장 자끄 쌍뻬의 포스터를 2015년에 사서 어디에 살건 방에 꼭 붙여두었다. 그렇게나 아꼈으면서 오랜 시간 액자 사기를 망설였던 건 사이즈가 무려 A2였기 때문인데, 큰맘 먹고 사서 걸어놓으니 만족도가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높다. 50년은 더 방에 붙여 놓을 기분이다. 색상까지 완벽해!

정리가 습관이 되면 버릴 물건과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만 잘해도 집을 넓게 쓰는 것은 물론 소비를 줄여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매달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지불했던 뭉텅이 돈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필요 없는 소비로 자잘하게 나간 돈들의 집합인 경우가 많다. 정리를 통해 물건에 통제력을 갖게 되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고 낭비되는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니까 말이야. 최근 인터넷에서 소비 수준을 계산해보는 식을 발견했다. 몇 년 전 처음 봤는데 오래간만에 다시 발견해 계산해 보았다.

(총수입 - 총지출)/(총수입)
= 0.7 이상: 과소비
= 0.5 이하: 검소를 넘어서고 있는 자린고비

  2017년쯤 이 식을 계산했을 때 0.7이 나와서 어떻게 내가 과소비인가 하고 놀랐는데 이번에 계산하니 0.4가 나왔다. 그때와 나의 차이가 대체 뭘까? 물론 수입도 상승했지만 자잘하게 사던 물건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언니가 늘 등에 입술 10개 눈 10쌍을 숨겨두었느냐고 농담할 정도로 화장품이 많았다. 그 모든 걸 다 어떻게 샀겠어! 하나에 몇천 원이었어도 모으면 상당한 수준이 됨을 이번 계산으로 뒤늦게 깨달았다. 

  정리법은 주로 3~4인 가족 기준으로 맞춰 소개되어 있었다. 저는 제 소유의 거실이나 베란다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지나갑니다요. 읽으면서 내내 어릴 적 엄마가 큰 결심을 하고 집을 깔끔하게 치워두면 금방 혼돈의 카오스로 어질렀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실제 사례도 재미있었다. 당연하게도 혼란했던 삶이나 고민이 정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되었다는 내용이었지만 물건을 쌓아두는 이유가 낭비벽이나 쇼핑 중독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술술 넘겨 읽어보기 좋다. 특히 얼마 전 읽었던 소설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가키야 미우)'를 떠올리게 하는데, 사연 읽기가 재미있었다면 함께 읽어보아도 좋겠다. 딱 이 사연들이 소설로 변한 모습이다. 

  사는 대로 생각할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하듯 물건이 나를 지배하게 내어두어서는 안 된다. 결국 자존과 독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물(物)간관계도 잘 가꾸어야 한다. 잘 살기는 쉽지 않고, 결국 눈 똑바로 뜨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환경을 잘 가꾸는 일이 생활의 기본이겠다.

물건을 적당히 갖는 것은 삶을 통제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되어 물건에 삶이 압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집을 정리하는 일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갖는 것과 같다. 물건에 속박당하지 않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아야 한다는 걸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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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에 며칠을 올랐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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