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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도서관] #4 예약도서 기다리기

by 푸휴푸퓨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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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도서관에는 도서를 예약하는 기능이 있다. 대출 중인 도서에 다음 대출을 위해 줄을 서는 기능인데, 예약이 걸리면 대출 중인 이용자는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 

 

 

  보고 싶은 책을 바로 찾아보는 게 최고지만 나는 이런 기다림을 일부러 예약할 때가 있다. 서가에 올라가 책을 찾기가 귀찮을 때나 당장 읽을 책이 한두 권은 있을 때면 나는 읽으려던 책 목록 중 대출 중인 책을 찾아내 굳이 예약을 건다. 연락은 대체로 한 달 이내에 온다. 띠링. 대출 데스크에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으면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그곳으로 총총 달려간다. 누군가의 노고 덕에 내 작은 게으름이 무마된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지루하다. 특히 당장 지금 읽어야 더 재밌을 베스트셀러가 그렇다. 도서관은 특정 도서의 예약이 두 자리 수로 늘어난다고 해서 마구 책을 살 수는 없다. 열풍이 지나가고 나면 급히 구입했던 책들은 초라하게 서가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인데, 서가가 좁다는 생각이 들면 가장 먼저 째려보게 되는 게 한물 간 베스트셀러 복본이다. (물론 버리지는 못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폐기하는 일은 아주아주 어렵다.)

 

  이럴때는 과감히 포기하고 세상이 책을 잊을 때쯤 다시 돌아오면 된다. 대부분 1년 정도면 불편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냥 긴 줄 뒤에 서서 기다리면 안 되냐고? 모든 도서관이 그렇듯 우리 도서관도 이용자 한 명 당 예약할 수 있는 책 수에 제한이 있다. 이런 장기 예약 도서에 지분을 주면 책 순환이 너무 느려진다. 앞서 말한 책 배송 시스템이 나는 늘 필요하다. 예약 도서 권 수를 늘려달라! 늘려달라!

 

  줄이 길건 말건 당장 읽고 싶은 책인 경우에는 역시 그저 앞 사람의 자비를 기원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직원이라고 해도 담당자가 아니라서 예약자를 조회할 권한도 없기에, 나는 여느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하염없이 책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대출 기한이 짧은 신분의 이용자이기를. 학부생이 빌려갔기를! 이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다 책을 받으면 절로 흥이 나는데 막상 읽어보니 예상보다 재미가 없으면 좀 시무룩해진다. 뭐 어쩌겠어. 인생은 뽑기인 것을.

 

  뒤에 예약이 걸려 연장이 되지 않는 책을 반납하노라면 누군가가 지금 나의 반납 소식에 나처럼 기뻐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사람들이 줄줄이 연결된 기분. 이 세상에는 같은 책을 같은 시기에 읽고 싶어 했던 인연으로 연결된 사람도 있겠지. 아름답다. 더 많은 책으로 더 촘촘히 이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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