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21.1.13. 팡팡 파라파라 팡팡팡

by 푸휴푸퓨 2021. 1. 13.
728x90
반응형

  지난달에는 역대급으로 적은 용돈을 썼다. 소비를 줄이려는 마음과 코로나 거리두기가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송년 모임은커녕 일상적인 점심 약속도 줄어들어 대체 돈을 쓸 곳이 없었다. 참으려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줄은 덕에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기쁨이 충만하고 마음이 풍요로웠다. 그러다 문득 컨셉진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하나의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의 지금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합니다.'

 

  대학생때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20쪽가량의 과제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몇 년에 한 번 그 과제를 읽어보곤 하는데, 그 시절 생각도 나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느껴져서 읽을 때마다 재밌다. 그런 과제와 비슷한 이 프로젝트를 12월에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지. 20대의 마무리로 시도해볼까 싶었지만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느라 분주해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근데 내가 한 번 눌러봤다고 이렇게 또 광고로 내보낼 일이야. 새 자리에 잘 정착했겠다, 돈도 넉넉하겠다, 순식간에 마음이 동해 후루룩 입금을 마쳤다. 40살의 내가 읽으면 좋아하겠거니 하며.

 

 

  2월 한 달 간 매일 아침 8시에 질문을 받으면 그날 자정까지 950자 내외의 답변을 올려야 한다. 중학생 때 매일 네이버 블로그씨의 질문에 대답했던 기억도 떠오르는 게 상당히 설렜다. 질문은 재미있을까. 낮에는 쓸 시간이 없으니 퇴근하고 써야 하는데 내가 피곤을 잘 이겨내려나. 저녁에 컴퓨터를 켜는 행위부터가 나에게는 굉장한 도전인데. 생각은 뻗고 뻗어 너무 힘들어하셔서 노할멈이라 이름도 지어준 내 2016년생 노트북까지 닿았다. 이걸로 글을 쓸 수는 없어.

  지금 노트북으로는 오타를 고치다 시간을 보낼게 뻔했다. 당장  컴퓨터를 사야겠어! 사실 컴퓨터를 사겠다는 생각은 몇 달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올 상반기에 돈을 모아 5월에 결제할 계획이었다. 후후. 계획은 변하라고 있는 거지요? 마침 연가보상비도 들어왔는데 굳이 그걸 저축하고 5월에 살 필요는 없지. 지금 사고 5월까지 저축을 하자. 생각은 되는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버버버 결제를 끝냈다. 세상에, 호떡집에 불나는 속도로 새 컴퓨터를 사다니!

  컴퓨터를 잘 아는 회사 동기에게 확인도 받았으니 컴퓨터의 품질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와주기만 한다면 어화둥둥 아껴줄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이번주 내에 도착하겠지? 갑자기 돈을 팡팡 썼지만 마음 설레는 값으로 전혀 아깝지 않다. 새 컴퓨터와 함께 30대 초반의 기록을 잔뜩 남겨야겠어. 2021년의 시작이 아주 상큼하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