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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2.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by 푸휴푸퓨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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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서로 일해요. 이번 직장은 벌써 4년 차네요. 사서라 하면 조용한 안내데스크에서 책을 읽다가 이용자가 책을 대출하려 하면 바코드를 찍어주는 사람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제가 하는 업무는 그와는 전혀 다르답니다. 요즘 저는 100년쯤 된 책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중 두 권을 다른 기관에 빌려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을 좋아했어요. 책도 좋아했지만 조용한데 각자 할 일에 집중하는 도서관도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는데 책 좋아한다고 사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관종(도서관의 종류)을 가리지 않고 경험해봤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책 꽂는 일만 했는데 나름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력이 쌓인 후엔 꽤 다양한 일을 할 기회를 얻었어요. 할수록 느껴지더라고요. 나는 도서관에서 일해야겠구나. 결국 사서가 되었어요.

  그렇게 느낀 이유는 간단해요. 도서관은 이윤을 창출하려 노력하지 않아요. 대신 이용자에게 대가 없는 선의를 베풀고, 그 선의를 통해 그들의 연구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기관이에요(물론 시각에 따라 예산을 크게 잡아먹는 기관이라며 미워할 수도 있겠죠). 제가 하는 일도 대체로 그래요. 이용자가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고, 양질의 자료 찾는 법을 교육하고, 우리 도서관만 소장한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자료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요. 연구 성과를 내고서 이 영광을 도서관에 돌린다는 학자는 거의 없지만 도서관 자료를 열렬히 이용하던 분이 멋진 출판물을 냈다고 하면 속으로 조용히 뿌듯해요.

  20대 중반에 직업을 선택하면서 직업관을 명확히 하고 싶었어요. 저는 ‘나를 기쁘게 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자고 결론 내렸답니다. 이용자에게 고맙다거나 큰 도움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으면 차곡차곡 저장해 두고 가끔 읽어요. 저는 책도 좋고 사람도 좋아요. 세상 사람들이 도서관을 많이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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