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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서른] 4. 시련을 이겨낸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by 푸휴푸퓨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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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을 보고 고민했어요. 힘든 일을 시련이라 부르면 더 힘든 기억이 될 것만 같아서요.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침을 먹으며 엄마가 미용실 원장님과 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취직 못한 아들의 고민 상담 이야기에 엄마는 취직도 힘들고 취직 후에도 힘들다고 대답하셨답니다. 몰래 회사를 그만두고 원룸에서 은둔해있을까 고민한 제 이야기를 하면서요. 저도 오래간만에 그때를 떠올렸어요.

  지방의 어느 곳에 첫 취업을 했어요. 모두가 축하해주는 곳이었지만 저는 괴로웠어요. 입사 후 6개월쯤부터는 우울에 빠져들었습니다. 회사를 벗어나면 술이나 감기약을 먹고 쓰러지듯 잠만 잤어요. 그런데 제 취업 턱을 냈다며 행복해하는 아빠에게 차마 그만두겠단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통장의 잔고를 헤아리고, 서울보다 싼 지방 원룸의 월세를 계산했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세 달에서 여섯 달쯤은 칩거할 수 있었어요. 너무 끌리는 선택지였지만 차마 실행은 못했어요. 그저 증발하듯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만을 바랐습니다.

  취직 후 1년이 지나고부터는 미친 듯이 이직에 매달렸어요. 야근을 하고 서울로 올라와 면접을 봤어요. 자꾸 주중에 휴가를 낸다며 비꼬는 상사에게 어떻게든 비굴하게 결재를 받았어요. 결국 서울로 이직을 했고, 1년 여의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우울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던 건 부모님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이만큼 키워내기 위해 가진 모든 좋은 것을 제게 주셨다는 걸 아니까요. 나의 행복에 인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은 모든 일이 다 옛 일이 되어버린 지금도 제 자존감의 원천입니다. 제 행복에 저만큼이나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무슨 일이든 이겨내야 하고, 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저도 제 사람들에게 그런 힘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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