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른] 21. 지금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딱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은 2주 후 언니의 결혼식에서 입고 싶은 남색 원피스가 조금 작다는 거예요. 몇 년 전엔 잘 입었던 옷이지만 체중이 늘어버렸어요. 작년부터 무게를 꽤 많이 줄였는데도 이 치마는 아직 몸에 맞지 않네요. 억지로 단추를 잠그고 거울을 보면 '오,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슬퍼요. 결혼식에 입을 다른 옷을 사기는 했지만 워낙 제게 남색 원피스가 잘 어울려서 어떻게든 입고 싶은데요. 2주 동안 최대로 노력해보고 안되면 포기해야겠죠. 제발! 

  즐거운 고민도 있어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저는 요즘 제가 건강하다 생각하는 몸무게에 닿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미용적인 목적보다는 체력을 기르고 싶거든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퇴근 후 저녁 먹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어요. 억지로 운동을 하고서는 운동이 끝나자마자 자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이제는 운동을 하고도 두세 시간쯤 뭔가를 더 할 힘이 남아 있습니다. 그 저녁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요즘의 즐거운 고민이에요. 글쓰기로 채워보겠다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회사에서 컴퓨터를 바라보고 또 모니터를 보는 게 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손으로 써야 하나? 여러모로 궁리해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을 생산성 없는 고민이지만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길이가 짧아서 더 쓰고 싶지만 진지한 고민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네요. 고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서 고민거리가 생겨도 고민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글자 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뭔가를 떠올리지는 않겠습니다. 떠오르는 고민이 없다니, 오늘은 좋은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