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사 평안'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삶이 무사 평안해서가 아니라, 늘 제가 무사 평안을 원했기 때문에요. 저는 늘 평온한 상태를 가장 좋아했어요.
우아해 보이는 백조도 물아래에선 열심히 발을 놀린다고 하고,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도 하죠. 결국 평안해 보이는 사람도 매일의 분투를 남들 모르게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어쩌면 그 분투가 매일 일어나는 그 상태가 평온 인지도 모르겠어요. 별 일이 없어서 분투를 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제법 마음에 들어요.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면 제법 보상이 돌아오는 행운을 누렸어요. 혜택 받은 삶이라 느낄 만큼 저는 제 인생이 좋아요. 지금 가진 것들도 모두 만족스럽고 소중하고요. 아빠는 언니의 결혼 축하 문구에 '행복은 저절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느끼는 법을 알아야 한다'라고 적으셨더라고요. 어쩌면 그 방법을 저는 이미 꽤 많이 알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저는 앞으로도 늘 분투하는 무사 평안한 삶을 살고 싶어요. 다만 어떤 분투를 할지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죠. 서른인 올해가 제게는 어떤 분기점처럼 느껴지는데요. 지난 10년의 분투가 정말 인생의 밑바탕을 그리고 싶었던 강렬한 분투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방향으로 삶의 뼈대를 단단히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인정받기? 나만의 가정 꾸리기? 두 번째 직업 구상하기? 그것이 무엇이든 20대 초반의 제가 설렜던 것처럼 저를 설레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지금까지 잘 살아 왔어요. 앞으로도 힘낼 거고요. 대단한 사람이 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세상에 악함보다는 선함을 더 많이 미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무사 평안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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